말자 보다는 하자

[긍정적으로 살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긍정적으로 살기]



다시 스무살 때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즉, 무엇이 가장 후회되냐는 질문이겠지요. 뜨겁게 열망했던 일은 없지만 굳이 꼽자면 여행을 좀 더 많이 해볼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별 가치없는 후회입니다. 설사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성격을 고쳐먹지 않는 이상 나는 또다시 똑같은 행동을 반복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다시 스무살 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내 성격부터 고쳐먹고 싶습니다. 긍정적인 성격으로.


나는 대체로 부정적인 사람입니다. 파리 여행을 가면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을 설렘보다는 소매치기한테 지갑을 뺏길까봐 복대부터 단단히 채워요. 매사 걱정부터 앞서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성격은 밑빠진 독에 에너지를 붓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이런 성격이 꼼꼼함으로 나타나 만약의 사태에서 빛을 발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헛수고로 끝날 때가 많습니다.


누구나 긍정과 부정을 동시에 갖고 살아갑니다. 꼭 긍정이 좋은 것이고, 부정이 나쁜 것을 대변하진 않아요. 긍정만 갖고 살아간다고 해서 더 좋은 것도 아니니까요. 너무 긍정적이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이용 당하는 사람들도 여럿 봤어요. 그들은 오히려 예민하게 구는 나를 부러워했습니다. 한 동료는 어떻게 부탁을 거절하냐고 묻더군요. 거절은 쉽습니다. 그 부탁을 들어줬을 때 나에게 발생할 최악의 상황부터 생각해보면 돼요.


그러나 지난날 내가 뿌리쳤던 손들을 꽉 잡았더라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최악의 상황이 일어났을 확률보다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을 확률이 더 높습니다. '가본 적 없는 나라', 홍콩은 '가본 나라'가 되었을 것이고, 밤새 술을 먹다 죽을까봐 거절한 술자리는 선배님들의 진한 연애 이야기와 씁쓸한 실패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인생 학원이었을 거예요.


작가에겐 말자! 보다는 하자!를 외치는 긍정의 힘이 필요합니다. 긍정은 곧 경험을 낳고, 경험은 곧 글감을 주니까요. 만에 하나 소매치기한테 지갑을 뺏겨도 '어쩌겠어'라는 마음으로 에펠탑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면, 비록 지갑은 잃었어도 두 가지를 얻어올 거예요. 사진 한 장, 그리고 방구석에선 절대 만들 수 없는 당신만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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