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노래 가사가 내 이야기처럼 들릴 때

[노래 가사 듣기]

by 유수진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노래 가사 듣기]



퇴근길에 볼빨간사춘기의 Mermaid 라는 곡을 들었습니다. 사실 요즘 무한반복해서 듣고 있을 만큼 이 곡에 푹 빠져 있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 봄나들이를 나가는 커플들을 겨냥한 곡이 아니라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어딘가 애처로운 가사가 참 마음에 들지 뭐예요.


너무 어둡고 캄캄한 내 맘은

네가 알기엔 먼 곳만 같아서

자꾸 난 도망치려 할 때마다

네 그 눈빛이 자꾸만 날 찾아

기억 속에 짓궂게도 네 모습은

습관처럼 고개를 숙이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로

아주 잠시 내 모습을 들여다봐

네가 사라지면 난 없어져 버릴지도 몰라

아주 조용한 바닷속으로 사라질지도 몰라

나는 너를 너무 사랑했었다고 믿겠지만

네가 사라지면 어떤 말도 할 수 없겠지만

아주 조용히


각자의 사연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곡을 듣고도 완전히 다른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이 곡은 이별 노래처럼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나눠가질 수 없는 아픔의 무게를 혼자 온전히 지탱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절박한 마음만이 떠올랐어요. 네가 사라지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는 나의 마음은, 지하철 플랫폼 안전선 밖에 위태롭게 걸쳐져 있겠지요.


유독 귀에 박히는 가사가 있습니다. 작사가에게 내 마음 속을 도청당한 느낌이 들 때도 있고, 또 남들은 저렇게 사랑하고 이별을 하는구나, 하며 내가 해보지 못한 사랑에 대해 배우기도 합니다.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아직 60대가 되어보지도, 자식을 낳아보지도 않은 내가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한 배우자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는 상상을 하며 눈물 짓게 만들었고, 자우림의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영원할 줄만 알았던 나의 20대를 떠올리며 이 곡을 20대 때 만났더라면 내 스물다섯은 조금 달라졌을까, 하는 미련을 갖게도 했어요.


모든 노래 가사가 내 이야기처럼 들릴 때가 있습니다. 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가 하루종일 상처입은 내 마음을 타고 흡수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나는 그때가 글을 쓰기 가장 좋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뻔하디 뻔한 사랑 이야기도 내 이야기가 되면 노팅힐 버금가는 로맨스 영화가 되고, 진부한 이별 이야기도 내 이야기가 되면 심장 멎을듯한 위기 절정의 의학 드라마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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