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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Apr 28. 2018

결혼식에 갔다가 또 울어버렸다

눈물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소나기처럼   

회사에서 가장 친한 동료이자 동생인 은지가 청첩장을 내밀었다. 동료를 넘어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보니 그녀의 청첩장이 남달리 애틋했다. 분주히 결혼 준비를 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결혼이란 참 거대하고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 많은 일들을 똑순이처럼 잘해나가는 그녀를 보니 왠지 내 동생처럼 대견하기도 하고 나보다 더 듬직한 언니 같기도 했다.


결혼식을 앞두고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그놈의 눈물이었다. 영화를 볼 때도 슬픈 장면보다는 아름다운 장면을 볼 때 눈물을 줄줄 흘리는 터라 결혼식만 가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이번에도 주책을 떨며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을 태산으로 안고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손바닥이 터지도록 박수를 치며 눈물을 잘 참아내던 중, 눈물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터져 나와버렸다. 신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표정을 봐버린 것이다. 강건해보이는 어깨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의 표정은 결혼식장 안의 그 누구보다 긴장돼 보였다. 여전히 딸이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보이셨는지 마음을 졸이고 계신 것도 같았다.


내가 아버지의 마음을 감히 어찌 헤아리겠냐만 어쩌면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장성할 때까지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고 계신 것 같았다. 그녀가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리던 순간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버지의 어깨를 주물러드리던 순간을, 어느새 사회인이 되어 첫 월급을 타 부모님의 선물을 사오던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고 계셨던 게 아닐까.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촉촉한 눈빛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와버렸다. 그 아무리 잘 짜여진 영화 속 장면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아, 결혼식에 갔다가 또 울어버렸다.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입장하는 은지와 아버지

이 글은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에 수록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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