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지키기]
작가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나를 지키기]
"격투기 한 번 해보세요."
몇 주전, 심리상담을 하는 카페에서 들은 말입니다.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처음 본 사람이 쉽게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기에 좀 놀랐어요. 키도 작고 왜소한 편이라 '격투기'와는 멀어보일 수 있거든요.
하지만 심리상담사님은 나를 정확하게 보셨어요. 나는 격투기에 관심이 많거든요. 한 번도 격투기를 해본 적은 없지만 꼭 해보고 싶은 운동 중의 하나예요. 가끔 오락실에 가면 짧은 치마를 입고도 펀치를 칠 만큼 주먹 쓰는 일(?)을 즐기거든요.
왜 수영이나 필라테스같은 우아한 운동보다 거칠고 투박한 격투기를 더 하고 싶어할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나는 언젠가부터 나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어요. 아무 이유없이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길거리에서 돈을 뺏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고, 사회로 나와 이리저리 부딪칠 때마다 나를 단단히 보호해야겠다고 다짐했는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나에게 글은 격투기이기도 합니다. 나를 지키기 위한 무언가라는 점에서 글쓰기와 격투기는 같아요. 행여 밤길을 걷다가 불시의 공격을 받으면 발차기를 날리고 싶고, 수시로 나의 마음을 뒤흔드는 세상사는 글쓰기로 짓누르고 싶어요. 찢기고 쓰라린 마음을 글로 적다보면 강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한 문장 한 문장 눌러쓸 때마다 조금씩 스스로를 지키는 마음의 근육이 만들어지겠지요.
심리상담사님께 왜 격투기를 추천하냐고 여쭤봤어요. 저의 심리상담 결과를 보니 상대방과 함께하는 운동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글도 그렇겠지요? 나는 혼자 숨어서 글을 쓰는 것보다 당신에게 글을 써서 보여드리는 것이 더 잘 맞으니까요. 상대방으로부터 나를 지키려면, 상대방이 필요한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