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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y 21. 2019

너의 큰 코마저 사랑할 수밖에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은 스타를 사랑하는 방식과 다르다

영화 <스타이즈본>에서 톱스타이자 알콜중독자인 잭슨(브랜들리 쿠퍼)은 공연을 마치고 공허한 마음을 채우려 작은 술집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무명 가수 앨리(레이디 가가)를 만난다.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에 첫눈에 반해 그녀가 있는 대기실까지 찾아가고, 앨리는 그런 그를 따라 나선다. 함께 들어간 한 술집에서 잭슨을 알아본 이들이 잭슨에게 무례하게 굴자 앨리는 상대방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앨리의 손에 난 상처에 얼음 찜질을 하기 위해 들어간 편의점에서는 점원이 허락도 없이 잭슨을 도촬한다. 앨리는 잭슨이 스타로서 짊어져야 할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느끼며 그의 앞에서 오직 그만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제작자는 앨리의 코가 크다는 이유로 스타가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잭슨은 앨리의 사진이 온통 앨리의 코로 가득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알콜중독자 잭슨이 무대에서 소변을 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후 팬들은 그를 떠났지만, 앨리는 그런 그의 곁에서 그가 다시 무대에 설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찾는다.  


우리는 상대방의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스타가 아니지만, 어쩌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스타인 양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슬퍼도 더 슬픈 너를 위해 웃음 지으려 애쓰고, 사회로부터 선택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렇게나 해보고 싶었던 탈색 머리 한 번 시도해보지 못하고 늘 브라운 계열의 머리로 만족했다. 그렇지 않은 나를 사랑할 리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은 나를 선택할 리 없을 테니까.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은 스타를 사랑하는 방식과 달라야 한다. 너의 큰 코는 걸림돌이 아니라 보석이라고, 너의 실수는 회복 불가한 오점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휴식점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잭슨이 앨리를 위해 만든 노래 <I’ll never love again>의 가사처럼 말이다.


Don’t want to feel another touch

Don’t want to start another fire

Don’t want to know another kiss

No other name falling off my lips

Don’t want to give my heart away

to another stranger or let another day begin

Won’t even let the sunlight in

No I’ll never love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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