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장래희망은 회사원 5편.
일개 직원이라고만 생각했던 내가,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되는 순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왔다. 홍보 담당자이니까 말이다. 공식 SNS에는 "안녕하세요, 엔트리입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썼고, 오프라인 행사 참관객과 인터뷰를 할 때는 "안녕하세요, 엔트리에서 나왔는데요"라며 나름 살갑게 인사를 건넸다. 사람들은 내가 쓰는 말과 글을 '유수진'이 한 것이 아니라 '엔트리'라는 서비스가 한 것으로 기억할 터였다. 모든 말과 행동이 조심스럽고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식은땀 나는 순간이 있었으니 기자를 대응할 때였다. 기자 분이 직접 회사로 찾아오거나 내가 기자 분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대면 미팅을 했고 메일이나 전화로 자료만 요청할 때도 있었다. 미팅에서 내가 내뱉은 한 토씨의 말이 기사화되고, 전달한 자료가 그대로 기사에 적용되기 때문에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된다. 긁어부스럼 만들 단어를 쓰진 않았는지, 숫자에 '0' 하나가 더 들어가진 않았는지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 했다.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맺은 기자 분도 있었지만, 어느 기자 분의 질문은 너무 급하고, 공격적이고, 날카로웠다. 다짜고짜 내 휴대폰 번호로 연락을 해서 빨리 답변을 달라고 재촉하는 기자 분도 있었다. 나의 미숙한 대응은 회사의 대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고 개인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다.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무서운 일이었다. 나 역시 어느 행사를 가서 한 직원의 무례한 행동을 보고 그 회사의 전체 이미지로 판단해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식 행사나 미팅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끊임없이 신경썼다. 물론, 두렵고 무서운 만큼 짜릿한 점도 많았다. 2016년엔 "안녕하세요, 엔트리입니다"라고 인사를 하면 "그게 뭐예요?"라며 다소 무신경한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2017년엔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며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는 사용자가 많았다. 무명 연예인에서 톱스타가 된 기분이랄까.
우리 회사의 한 직원 분은 전화를 받다가 자기도 모르게 "안녕하세요, 엔트리봇입니다"라며 우리 회사의 캐릭터 이름으로 본인을 소개했다. 한참 동료들과 깔깔깔 웃으면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회사의 이름으로 우리를 소개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일개 직원이 아니었다.
교육, HR, SaaS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9년차 마케터이자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 에세이를 2권 출간한 작가가 보내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에세이 레터, 일글레 � 구독 신청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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