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수진 Oct 06. 2019

무례한 사람에게는 웃지 맙시다

정신 질환의 나쁜 점은 아닌 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조커>의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서(조커)는 코미디언을 꿈꾸며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광대다.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터져 나오는 웃음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받기도 하고, 지독한 우울증과 가난으로 인해 인생에서 단 1분도 행복한 순간이 없었지만 아서의 어머니는 늘 웃음을 주는 사람이 되라며 그를 '해피'라고 부른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하루가 해피하게 지나가도록 가만 놔두지 않는다. 지하철에서 만난 금융권 직장인 남자 셋은 아서가 웃는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하게 폭행을 하고, 유명한 TV쇼의 진행자는 아서의 동의 없이 아서의 영상을 전국에 내보내며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참고 참던 아서는 결국 그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이라는 책이 2018년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올랐다. 우리 주변에 무례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꼭 웃으면서 대처해야 할까?'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일은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에 직결되는 곳에서 많이 일어나고, 특히 상하관계일 경우 나의 불편함을 오롯이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최근에 무례한 사람들을 만난 적이 있다. 그들은 나를 자기 멋대로 판단했고, 나와 대화를 하던 도중 단 한 마디로 자기 자신을 나보다 우위에 서게 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상했고 그들의 무례함은 분명했지만, 나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30대의 나는 더 이상 20대 때처럼 숨죽여 울진 않지만, 무례함 앞에서 웃는 연기를 하는 습관은 지워지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대처하지 않는 연습

남들에게 나쁜 소리 한 번 못해봤을 것 같은 순둥이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했다. 수진이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할 말 다하고 살 것 같다고, 무례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 같다고. 그만큼 무례한 사람을 극도로 경계하는 편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친구들과 다를 바 없이 무례함 앞에서 어찌할 바 모를 때가 많다. '정신 질환의 나쁜 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닌 척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조커처럼, 무례한 사람들 앞에서 '기분 나쁘지 않은 척'하는 나도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례한 사람들에게 웃음으로 대처하지 않는 법은

무엇일까. 하루 중 웃으면 얼마나 웃는다고 그 값 비싸고 가치 있는 것을 무례한 사람들에게까지 나눠주려 하는가. 개그우먼 김숙 씨는 자신의 외모를 비하하는 사람에게 무표정한 표정으로 "상처 주네?"라고 말했다. 상처를 준 사람이 받을 수 있는 것은 딱 그 정도, 당신의 무례함을 확인시켜주는 말 한마디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것마저도 아깝지만.


그러니까 조커씨, 우리 무례한 사람에게는 웃지 맙시다. 대신 총을 꺼내기 전에, 우리가 무례한 사람이었던 적은 없었는지는 되돌아보자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인생은 내가 망쳤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