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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Nov 04. 2019

저는 회사에서 인터뷰를 합니다

#8. 처음 만난 사람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은

스물두 살 때였나. 난생 첨으로 소개팅을 했다. 처음 만난 사람과 강남역 길거리에서 통성명을 한 후, 한 음식점에 들어가 마주 앉았다. 정확히 어떤 질문들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무언가를 계속 물었고, 나는 계속 단답형의 대답만 했다. 그때만 해도 남의 일에 별로 관심이 없었고, 양쪽 모두에게 지루했던 식사는 한 시간도 안돼 끝이 났다.


처음 만난 사람과 마주보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인터뷰는 소개팅과 비슷한 점이 많다. 전 직장에 있을 때,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회사 외부에서 인터뷰를 하면 가뜩이나 더 긴장했는데, 인터뷰어가 IT 대기업에서 화려한 경력을 갖고 계신 분이니 긴장의 정도가 극에 달했다. 좋은 말씀을 하셔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할까 봐 부끄럽고 조심스러웠다.


어찌어찌해서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해 내용을 정리하는데, 웬걸, 인터뷰 분량을 채울만한 내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귀한 시간을 내어달라고 부탁드릴 때는 언제고, 인터뷰의 핵심을 끄집어내지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휘리릭 다 날려먹은 것이다.


2017년 5월, 소프트웨어 개발자 분들과의 인터뷰

다행히 시행착오들을 거치면서 낯선 사람과의 인터뷰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갔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상대방이 하는 말이 이해가 안 돼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말 것, 모르는 게 있으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바로 질문할 것, 이런 것까지 질문해도 될까 싶은 것은 웬만하면 여쭤보자고 끊임없이 되뇌었다.

 

리멤버로 이직한 후에도 인터뷰는 여전히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최근엔 우리 서비스를 통해 이직하신 분들을 만나 뵙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숙박 O2O 스타트업 '야놀자'로 이직하신 분을 인터뷰했다. 야놀자 본사 1층 접견실에서 첫인사를 나눈 후 마주 앉았는데 약간의 어색함이 흘렀다. 나름 인터뷰를 많이 해봤다고 생각했지만 리멤버에서 하는 첫 인터뷰였기에 인터뷰이 못지않게 긴장이 됐다.


한 시간 가까이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정신없이 타자를 치다 보면 충분한 분량을 뽑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준비한 질문은 거의 다 끝나갔고 나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뭔가 부족한 것 같았다.


"사실 저도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나는 상대방과의 공통점을 찾아 나의 이야기를 꺼냈다. 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일방향적인 대답보다는 대화의 형태로 풀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소 긴장돼 보였던 인터뷰이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 미소에 내 마음도 풀어져 TMI(Too Much Information)를 늘어놓았다.


"여기 주변에 맛집 있나요? 점심 먹고 들어가야 해서요."


그분은 곰곰이 고민을 하시더니, 정말 친절하게 해장국 집 한 곳을 안내해주셨다. 우리는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편안한 웃음을 띠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첫 소개팅 후 약 10년이 흐른 지금, 그때보다는 남의 일에 관심이 많아진 것 같다. 단순히 인터뷰 분량을 채우기 위해 형식적인 질문을 할 때도 있었지만 인터뷰 경험이 쌓이는 만큼 남의 일에 더 깊이 질문하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10년 전 어느 날, 나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소개팅을 하느라 고생하신 그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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