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도 조금씩 언니가 되어 가겠지
언니에게
얼마 전에 내 SNS로 메시지가 한 통이 왔어. 내 책을 잘 읽었다고, 다음 책도 출간해달라는 고마운 내용이었어. 그리고 마지막에 p.s를 덧붙였는데, 부자 언니 유수진 씨보다 나만 아는 언니 같은 유수진이 더 좋다지 뭐야. 기분이 조금 이상했어. 당연스럽게, 언니라고 불리는 게.
언니도 알다시피 나는 태어나자마자 세 살 터울 언니가 있었어. 우리 언니는 욕심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야. 싸우기도 엄청 많이 싸웠지. 그래도 주변 친구들은 내가 언니가 있다고 하면 다들 부럽다고 했어. 나는 듬직한 오빠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늦은 밤에 혹여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부리나케 데리러 나오는 오빠. 그런데 내가 꿈꾸는 그런 오빠는 없대. 밤새 게임하면서 라면 심부름만 시키는 오빠만 있다고.
말로는 싫다 하면서도 나도 내심 언니가 있는 게 좋았어. 몇 시간이고 같이 쇼핑을 할 수 있고, 무슨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갈 수 있고, 수다를 떨고 싶을 땐 언제든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니까. 지금도 거의 매일 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아. 바쁘게 사는 친구들에게는 점점 보내기가 꺼려지는, 아주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말이야. 내겐 가장 가까운 사람이고, 때로는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기도 해. 유치하지만, 구명조끼가 하나밖에 없다면 그 한 개를 내어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으니까.
언니를 가져본 적 없는 사람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다. 언니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엄마보다 더 편하고, 친구보다 더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늘 내 걱정만 하는 엄마한테는 건강검진 결과를 숨기게 되고, 결혼을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린 친구들에게는 더 이상 일상의 작은 투정들을 부리기가 힘들어지거든. 이 모든 것을 눈치 보지 않고 나눌 수 있는 존재, 그게 언니야.
누구에게나 언니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어. 언니를 가져보면 알 거야.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어느새 나에게도 언니라고 부르는 몇몇 동생들이 생겼어. 아직은 그 친구들에게 좋은 언니가 되어줄 자신은 없어. 앞으로도 나는 철없는 동생에 불과할 것 같거든. 그래도 언젠가는 좋은 언니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아질 테니까. 어차피 언니가 될 거라면 기왕이면 좋은 언니가 되는 게 낫잖아.
메시지에는 정말 고맙다고 답장을 했어. 그분의 응원처럼 더 좋은 다음 책을 내는 '언니'가 되고 싶더라고. 이렇게 나도 조금씩 언니가 되어가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