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까짓 거> 글쓰기 모임 첫 시간을 마쳤습니다

함께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by 유수진

문토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 <글 까짓 거>의 첫 번째 시간을 마쳤습니다. 모임이 열린 어제, 아침 6시경 눈이 떠진 걸 보면 많이 긴장된 모양입니다. 멤버로서도 이러한 모임에 참여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리더로서 모임을 이끌게 되었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안양에서 합정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조금 이따 뵙겠습니다'라고 쿨한 척 단체 카톡방에 메시지를 남긴 뒤,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습니다.


리더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봤어요. 모임의 목적이 '글 까짓 거 한번 써보자!'이니까 글쓰기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덜어드리는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필요하겠고, 또 나를 포함해 총 아홉 명이 공평하고 자유롭게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도록 '분배자'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물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이외에도 많은 역할을 똑똑히 수행해야겠죠.


한 분 한 분 방으로 들어오실 때마다 긴장감 때문에 몸의 온도가 1도씩 오르는 듯했습니다. 낮잠의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작되는 모임이라 많이 참석하지 않으시면 어쩌나 했는데, 모임에 신청해주신 여덟 분이 전원 참석해주셨어요.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잠시 대학 새내기 때 같은 어색한 기류를 온몸으로 맞았습니다. 하지만 아시잖아요, 이 기류가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는 거.


30대 정도가 되면 회사를 옮기거나 외부 미팅을 하거나 예비 배우자 측의 가족을 처음 만나는 자리가 아니라면, 각 잡고 자기소개를 할 일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 관심 있는 모임에 참여하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나서지 않는 이상은 말이죠. 우리 아홉 명은 각 잡고 자기소개를 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으므로 완전히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글쓰기'라는 오로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만났을 뿐인데, 우리는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느낄 있었어요. 어색한 기류는 금세 사라지고 자그마한 방안에 웃음소리가 가득해진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이날은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글을 쓰고, 각자 쓴 글을 멤버들에게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버킷리스트'는 첫 번째 주제로 잡기에 안성맞춤이었는데요. 2020년 새해에 맞춰 시작된 기가 막힌 타이밍도 한몫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도, 버킷리스트도, 구체적으로 쓰면 쓸수록 좋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꿈'이 '통장에 찍히는 월급'보다 당장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뒷전에만 두지는 않았는지, 그 과정에서 섭섭한 점은 없었는지를 차분히 떠올리며 올해의 바람을 글로 또렷하게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갈 길이 먼 리더는, 리더보다 더 리더다운 멤버 분들을 만난 덕분에 <글 까짓 거> 첫 시간을 잘 마쳤습니다. 총 여섯 번의 모임까지 우리는 '혼자 쓰고 읽는 글'이 아닌 '함께 쓰고 읽는 글'을 써 나갈 거예요. 멤버 모두 글쓰기에 대한 의지가 초강력해 오히려 내가 더 많은 에너지를 얻고 돌아왔습니다. 긴장이 풀리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완전히 녹초가 되었지만 침대에 누워 곱씹어 보니 한 가지만은 아주 명확합니다. 늘 혼자 글을 써오던 내가,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라고.


<글 까짓 거> 모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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