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 있는 자기소개서를 써봤나요

문토, 글쓰기 모임 <글 까짓거> 두 번째 시간 후기

by 유수진

회사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를 100 통도 넘게 써봤습니다. 이렇게 써봤다가, 저렇게 써봤다가, 몇 번의 탈락을 경험하고 난 후부터는 '자기’라는 글자만 봐도 한숨이 푹 나왔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어려운 이유는, 결국 '합격' 되어야 하기 때문이겠죠. 100 통이 넘는 자기소개서마다 100개의 회사에 입맛에 맞게 나를 커스터마이징 하여 소개해야 했어요.


‘나의 장단점'에서 '단점'은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단점이긴 단점인데, 회사에서 치명적인 단점이 되지 않을 만한 단점을 써야 했어요. 예로, '너무 꼼꼼하다 보니 여러 번 체크하느라 업무 처리에 다소 기간이 걸릴 수 있으나, 남들보다 업무를 빨리 시작해 데드라인은 반드시 지키고 불필요한 실수를 줄여 업무의 효율을 높인다'와 같이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길고도 궁색한 설명을 늘어놓는 거예요.


자기소개 없는 자기소개서에 최적화된 상태에서, 책 출간을 하게 됐고 '프로필 쓰기'라는 미션을 부여받았습니다. 2,000부의 책날개에 인쇄되고 나면 빼도 박도 못할 프로필을요. 특정 회사의 입맛에 맞출 필요도 없고,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필요도 없이 내가 표현하고 싶은 방법으로 나를 소개할 수 있는 이 기회가, 솔직히 처음엔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제약을 거두고 나니까, 나조차도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거든요. 책을 쓰게 된 이유와 프로필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만 마음에 품고, 고민 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글로 쓰고 읽는 일을 좋아한다. 가장 위험한 일은 위태로운 생각을 마음속에만 가두는 것이며, 그 마음을 꺼내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글쓰기라고 믿는다.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프로필이에요. 잘 프로필이어서가 아니라, 입맛에 맞게 프로필이어서요. 길지도 않은 이 프로필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모릅니다. 내 소개마저도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 쓰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문토, 글쓰기 모임 <글 까짓 거>의 두 번째 시간의 주제를 '프로필 쓰기'로 정한 이유는, 저의 이러한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글을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는, 내 입맛이 무엇인지부터 알아보고 함께 꺼내어 써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각자 프로필을 쓴 다음, 서로의 프로필을 함께 읽었습니다. 연신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서 몇 번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여러 통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봤지만 딱히 재미있다고 느낀 적은 없었거든요. 회사의 인재상에 맞춘 자기소개서와 각자의 드라마가 담긴 프로필의 차이겠지요. 합격도, 불합격도 없는 프로필을 쓰며 우리는 이 시간, 진짜 ‘자기’에 가까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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