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첫날에는 다들 고개 숙이고 노트북만 봤잖아요"
<글까짓거> 시즌2 멤버 분들과 농담을 나누기도 할 만큼 친해진 무렵, 우리는 인사를 나누기조차 어려워했던 첫날을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눈 마주치는 것도 부끄럽고, 어디에 시선을 둘지 몰라 노트북 화면만 보고 열심히 글을 썼죠. 낯선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는 몇 번을 겪어도 긴장감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저 역시 글쓰기 모임뿐만 아니라 어떠 곳에서든 처음 뵙는 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늘 말을 조심하려고 하고, 조심하는 만큼 말수가 줄어듭니다. 그래서 총 6회 차 중 1회 차 모임은, 어떻게 흘러가 버렸는지 모르게 흘러가버리기도 하죠.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글쓰기'라는 공통적인 관심사 덕분인지 2회 차, 3회 차가 되자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그래서 시즌1, 시즌2를 마치고 나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바로 1회 차 모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글까짓거>는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나누는 모임이기 때문에 더욱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한 분, 한 분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깊이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오프라인 글쓰기 모임만의 장점이니까요. 멤버들끼리 친해지는 만큼 글도 조금씩 유연해짐을 느낀 후, 시즌3을 시작하면서는 1회 차부터 이 말씀을 꼭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다 같이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가 돼요!"
말이 많은 사람. 모임 밖에서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유형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왕 돈과 시간을 투자해 찾아온 글쓰기 모임에서까지 말을 아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 글쓰기와 관련된 말이라면 말이죠. 글을 쓰다 보면 분명히 내 눈에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고, 잘 썼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사람들도 같은 생각인지 물어볼 수도 있고, 다른 생각이라면 어떤 부분이 아쉽거나 좋았는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나의 경험과 생각에 빗대어 이야기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또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죠.
회사에서 종종 글을 쓸 일이 있을 때, 구글 문서에 글을 쓰고 팀원들에게 공유하면 수십 개의 메모(피드백)가 주렁주렁 달립니다. 회사에서는 메모지만, 모임에서 그것은 '대화'입니다. 혼자 쓰는 글을 넘어, 함께 쓰는 글로 나아가는 것의 중심에는 대화가 빠질 수 없죠. 그래서 가급적 저는 대화할 거리가 많은 주제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일상에서는 흔히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러나 이 모임에서만큼은 새롭게 나눠볼 수 있는 글쓰기 주제를.
<글까짓거> 시즌3의 첫 글쓰기 주제는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불렸네'였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짓지 않은 이름으로 불리며 살고 있지만, 이 이름 안에는 각자만의 추억이 깃들어 있죠. 내 이름을 지어준 사람, 그리고 내 이름을 불러준 수많은 사람들, 이름 때문에 생긴 별명,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 등. 이름은 내가 죽을 때까지, 아니 죽고 나서도 남겨지는 것이기에 단 한 번쯤은 내가 나에게 지어주고 싶은 이름을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이 주제로 함께 글을 쓰면서 단순히 OO님,으로 이름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이름에 담긴 추억까지 함께 공유했지요.
6회 차까지 후회 없이 더 많은 글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글쓰기 모임 안에서만큼은 마음껏 글쓰기 수다를 떨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