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글을 작성하고, 필요한 이미지를 디자인팀에 요청하고, 다음 콘텐츠를 위해 사용자 인터뷰를 나간다. 메일을 세팅하고, 발송 대상을 확인하고, 그 외 갖가지 작업들을 거쳐 드디어 한 통의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이젠 다른 회사의 뉴스레터를 받으면, '이 한 통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작업들을 거쳐 왔을까'부터 생각하게 된다.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고객들과 인터뷰를 해왔다. 처음엔 사람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다 오면 되겠지 싶었는데, 인터뷰라는 게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인터뷰'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들은 일단 긴장을 하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인터뷰이는 괜한 오해를 불러 인터뷰가 잘못 나갈까 걱정되어 가급적 전형적이고 안전한 이야기만 하게 된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환하고자 인터뷰를 하는 동안만큼은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법한 말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도 한다.
이렇게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는 내가, 어제는 잊지 못할 뉴스레터 한 통을 받았다. 나를 소개하는 뉴스레터가 나에게 도착한 것이다(?).
문토는 회원들을 대상으로 리더, 파트너, 멤버들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보내고 있다. 처음 이 뉴스레터 작성을 요청받았을 때는 아득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를 소개해 달라는데, 이건 마치 내가 나를 인터뷰하는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여느 인터뷰를 하러 나갈 때처럼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춰 메고 나를 인터뷰하러 갔다면, 나는 무엇을 질문했을까. 그리고 또 무슨 대답을 했을까.
최근 코로나 19로 인해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 만큼,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나의 취향을 담아보고 싶었다. 내 취향 중 하나가 글쓰기이기도 하니, 부쩍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 당황스러운 분들께 글쓰기를 권유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혼자 지낼 수만은 없는 노릇. 나는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공원에 뛰쳐나가 친구와 맥주를 마시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혼자 써오던 글도, 글쓰기 모임을 통해 함께 쓰는 글로 확장해온 것처럼 올해는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내 범위를 더 넓혀나가기 위해 노력하려고 한다. 그래서 뉴스레터의 제목은 '혼자서도, 함께도 잘 지낼 수 있어요!'로 정했다.
내 취향이 누군가의 취향이 되고, 또 누군가의 취향이 내 취향이 될 수 있다는 건, 기어이 보지 않아도 되는 벚꽃보다 더 큰 설렘을 준다. 올해는 흩날리는 벚꽃보다 이 한 통의 뉴스레터가 내게 봄을 안겨준 것만 같다. 오늘은 또, 누군가에게 좋은 소식을 전달하는 뉴스레터 발송자로 임무를 다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