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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ul 11. 2020

'큰 부탁 하나 해도 돼?'라고 메시지를 보낸다면

"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친구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는다면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들 것 같은가? 그냥 부탁도 아니고, 큰 부탁이라니. 나라면 약간 겁부터 먹고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 같다.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이면 어쩌지, 사기를 당했나, 혹시 돈이 필요한가, 얼마를 빌려줄 수 있으려나, 온갖 생각을 하다가 결국 "뭔데?"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돌아보니 살면서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는 말을 꺼내본 적이 많지 않다. 도움은 많이 받고 살았어도 성격상 내가 먼저 무언가를 부탁하지는 못했다. 괜히 부담을 주기도 싫고, 거절을 당하기도 싫어서 애초에 아쉬운 소리 들을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래서 내 첫인상이 차갑고, 무소의 뿔 같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아주 살짝만 들여다봐도 빈틈 투성이지만.


처음부터 '큰 부탁'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겁을 줄 생각은 없었다. 나에겐 작은 부탁일지 몰라도 지인에겐 귀찮고 복잡한 부탁일지 모르니 밑밥을 깔아 둘 요량으로 재미 삼아 '큰 부탁'이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메시지를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들에게 답장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메시지가 하나씩 올 때마다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부탁을 들어주리라는 기대는 있었지만 생각보다 너무 흔쾌했다.


부탁이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후 받은 답장들

금전적인 문제이거나 상대방에게 몹시 당황스러울 부탁이었다면, 내 성격에 이렇게 말을 꺼내지 않을 것임을 지인들도 충분히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어떤 부탁인지조차 묻지 않고 흔쾌히 들어주겠다는 답장을 받으니 고맙기도 하면서 몹시 부끄러워졌다.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가슴에 손을 얹고 조금의 고민 없이 "응, 그럼!”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을까.


최근에 나는 무례한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부분이 매몰되어 있었다. 그들은 부탁을 할 때에도 내가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받은 배려에 대해 고맙다는 말 한마디 할 줄 몰랐다. 무례한 사람들을 몇몇 만난 후로 그들의 무례함을 꼬집느라 수많은 시간을 흘려보냈고, 그들에게 피해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분명히 모든 인간관계에 의심과 벽이 생겼을 터. 나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는 말만 들어도 잔뜩 긴장하고 가시를 세웠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주고받던 순수한 나눔과 기꺼이 베푸는 배려는 잊은 채, '내 주위엔 왜 이렇게 무례한 사람들만 있을까'하며 그들의 무례함에만 마음을 쏟아부었다.


주객전도였다. 내가 마음을 쏟을 대상은 그들이 아니다. 농담처럼 보낸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라는 말에 계산없이 "뭐든!"이라고 대답해주는 사람들이다. 나의 가시 돋친 세상을 따뜻한 진심으로 감싸주는 사람들을 잊지 말기를.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뭐든!"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나저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작은 장난으로 뜻밖의 큰 힘을 얻어버렸다.



안녕하세요, 유수진입니다. 제가 지인들에게 한 큰 부탁을 용기 내어 여기에도 적어보려 합니다. 현재 저는 문토에서 ‘글까짓거’라는 글쓰기 모임의 리더로 활동하며 나의 이야기를 글로 꺼내는 시간을 나누고 있는데요. 이를 온라인으로도 풀어내보고자 클래스101에서 글쓰기 클래스를 열었어요. (다음, 다음, 다음을 누르다 보니 얼떨결에 클래스가 열려버렸네요...)


현재는 수요 조사 중이고, 7월 14일까지 응원 수를 기반으로 다음 진행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네요. 온라인 글쓰기 클래스에 어느 정도의 수요가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한번 들러주세요! 아래 링크 혹은 클래스101에서 ‘유수진’을 검색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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