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에 우리 회사와 협업하고 계시는 관계자 분께 메시지가 왔다.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깜짝 놀라 얼른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생각지 못한 내용이었다.
"프사 내렸네요. 무슨 일 있어요?"
피식, 웃음이 터졌다. 나보다 나이도 열 살 정도 더 많으시고, 평소 농담도 주고받으며 친하게 지내던 터라 내 프사(카톡 프로필 사진)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크게 이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웃음이 났다. 내 프사가 사라졌다는 이유로 아침 출근길부터 안부를 여쭤보시다니.
솔직히 무슨 일이 있긴 있었다. 그래서 피식, 터진 웃음이 곧바로 '울컥'으로 바뀌어버렸는지도. 프사와 기분은 서로에게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주의다. 예쁜 카페에서 찍은 셀카가 실물보다 잘 나온 날엔 기분이 좋아 얼른 프사를 바꾸고 싶고, 기분이 안 좋은 날엔 괜히 프사를 내린다(카톡에서 제공하는 기본 이미지로 변경한다). 그래서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이 갑자기 프사를 내리면 마음속으로 '무슨 일이 있나'하고 생각한다. 아마 나에게 안부를 여쭤본 분도 프사와 기분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믿으셨던 모양.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우면서도, 나의 작은 변화를 알아채고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어찌나 감사하던지.
어떻게 해서든지 기분은 바깥으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눈에 띄게 잘 보이는 사람도 있고, 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고서야 기분의 변화를 알아채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나는 그중 매우 매우 전자에 속하는 편. 기분이 잘 드러나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 좋은 것은 아니라지만, 기분을 감추는 게 쉽지가 않다. 화가 나면 온몸에 열이 나고 말이 꼬인다. 목소리가 커지고 바들바들 떨린다. 반대로 기분이 좋으면 아직도 아이처럼 껑충껑충 뛰거나 춤을 출 때도 있다. 참을 수 없이 좋은 걸 어떡해. 엉덩이가 저절로 들썩이는 걸 어떡해.
자주 프사를 바꾸어 올리던 사람이 갑자기 기본 이미지로 프사를 내려버리는 데에는 어떠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아무런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기분이 안 좋을수록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싶어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내가 안부 인사를 받고 울컥했던 건, 어떠한 이유가 있어서 프사를 내렸기 때문. 겨우 프사 하나로 협업 관계자 분께 기분을 들켰다는 건 조금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런 작은 변화를 쉽게 무시하고 지나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찍은 셀카 중 제일 잘 나온 사진으로 다시 프사를 올렸다. 세상에 남겨진 나의 모든 기록을 다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안 좋았다가도 며칠 후면 또 내 사진 중 제일 잘 나온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 올리고 싶은 갈대 같은 이 마음.
프사를 바꾸어 올린 후 안부를 묻는 연락은 오지 않았다. 프사가 모든 걸 말해주진 않겠지만, 멀리서 보시기에 제가 잘 지내 보이는 것 같아서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