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대형 카페에서는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해 테이크아웃만 가능하다고 한다. 생각보다 오래 코로나가 이어져 가고 있지만, 솔직히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마스크를 끼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오던 나에게 '카페에 가지 못하는 일상'은 꽤 충격적이다. 겨우 카페에 못 가는 것일 뿐인데, 손발이 다 묶여버린 느낌이랄까.
카페는 나에게 '고작 커피나 마시다 오던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리라. 카페는 내 작업실이었다. 매주 1-2회는 꼭 좋아하는 카페에서 두 시간 이상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글을 쓰거나 책을 읽었다.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은 늘 시끌벅적하고, 어릴 때부터 쌓아온 물건들 때문에 어수선하다는 핑계로, 몇 년 전부터 조용하고 분위기가 좋은 카페를 작업실로 삼아 다녔다.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후로는 '무슨 책을 가져가지?'라는 고민을 할 것도 없이 뒷자리에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태워 갈 수 있었고, 뚜벅이일 때는 가지 못하던 숨은 카페도 찾아다닐 수 있었다. 그런 작업실을 잃자, 마땅히 글을 쓰러 갈 곳이 없어져 버렸다.
평소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 나는, 주위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지 못해 답답하다고 할 때마다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해외에 나가지 않았겠지만, 비자발적으로 못 가게 된 후 나도 해외로 떠나고 싶다는 청개구리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카페만큼은 아니다. 약 10년의 카페 이용 경력을 가지면서 알게 모르게 카페에 의존하고 있던 부분이 컸던 모양이다. 카페에 가지 못하는 일상은, 유럽 한복판에서 여권이라도 잃어버린 것처럼 그야말로 '멘붕'이다.
카페를 잃었다고 해서 일상까지 무너뜨릴 순 없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되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무언가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 주어진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들을 생각해보는 요즘이다. 산에 자주 오르는 일, 캠핑용 의자와 책을 들고 한적한 공원에 나가는 일, 읽을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미리 책을 주문해두는 일, 친구에게 빵을 선물로 보내는 일, 피곤해서 엄두도 못 내고 있던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일, 글쓰기 활동의 범위를 넓히려 이곳저곳 플랫폼을 기웃거려보는 일 등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생각해보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열심히 묻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냐고. 노래방 마이크 하나 사서 차 안에서 노래를 불러보란다. 그것도 참 좋은 방법이다.
몇 년 전, 회사와 집만 왔다 갔다 하는 일상이 지루해 회사 동료와 함께 '재미있는 일' 리스트를 무작정 써본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든 불가능하든 상관없이 일단 재미있을 만한 일들을 적고 실행해보기로 했다. 그중에는 '배드민턴 치기'가 있었는데, 강남 한복판에서 배드민턴을 치기가 어려워 점심시간을 이용해 회사 내 큰 교육장에서 낮은 보폭으로 몰래 배드민턴을 쳤다. 천장에 공이 닿지 않게 배드민턴을 치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으나 익숙해지니 꽤 공이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는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지루한 일상을 탈피해보려는 그런 노력이,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살 만하게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을까.
카페에 못 가는 일상, 당신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