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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Dec 06. 2020

30대 꿈의 공간, 작업실

작업실을 얻었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 모두 부럽다고 했다. 특히 기혼자 분들이. 물론 농담이겠지만(아닌가?) 미혼자든 기혼자든  번쯤은 혼자만의 휴식 혹은 취미 공간을 꿈꾸는  같다. 지인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번쯤은 혼자 살아보고 싶다며 부랴부랴 방을 구해 예비 배우자도 절대 찾아오지 못하게 했다고 들었다. 마지막 로망 실현의 기회였던 것이다.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20대 때는 꿈이 없었다. "나는 꿈이 있어요!"라는 외침은 ‘거위의 꿈’에서나 들을 법한 손발 간지러운 말이 되어버렸고, 20대 때까지만 해도 그 단어가 좀 창피하게 들렸다. 회사 면접을 보러 가면 빠짐없이 등장하는 질문이기도 했는데, 그 회사에 입사한 내 모습과 연결이 되도록 어설프게 문장을 지어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속으론 '최종 꿈? 으-' 하면서.   


유수진 님의 ‘최종 꿈’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드라마 작가였다. 솔직히 간절하게 바라 온 꿈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어렴풋이 먼 훗날 나이가 들었을 때 작가가 되어 있으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고 멋있게 보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나마 내가 남들에게 칭찬을 받는 일이 글쓰기이니 상상해볼 수 있었던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 면접장에선 "프리랜서 작가가 되어 성공하고 싶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없었으니, 마음 한구석에 세컨드 키(second key)처럼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꿈을 진지하게 마주하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 무렵 버킷리스트를 쓰기 시작하면서였다. 책을 출간하고 싶다고 썼더니 정말로 다음 해 책을 출간하게 되었고, 글쓰기 모임을 이끌어보고 싶다고 썼더니 그다음 해엔 정말로 글쓰기 모임의 리더가 되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작업실 갖기'라는 로망을 올해 실현하면서, 꿈이란 손발 오그라드는 창피한 것이 아니라 오늘 꼭 스타벅스 돌체 콜드 브루를 마시고 싶다면 귀찮음을 무릅쓰고 집 앞 스타벅스에 나가 돌체 콜드 브루를 손에 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그만큼 쉬운 일이라는 뜻이 아니라 (마음먹기에 따라) 우주여행만큼 추상적인 일만도 아니라는 뜻이다.


작업실을 얻는 것 그 자체로 최종 목표는 아니었다. 사실 나의 다음 목표는 시나리오를 공부하고 쓰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설정한 비밀번호를 누르고 작업실에 첫발을 뗀 것은 꿈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던 것이다. 크고 부담스럽고 어렵게 느껴지는 꿈일수록 떠벌리지 않으려는 편이고, 이 꿈을 3년 묵힐지 10년 묵힐지 모를 일이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꿈은 이루어지는 것도 좋지만, 갖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나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20대 때의 나에게 꿈이 우주여행 같은 것이었다면, 지금의 나에게 꿈은 크루즈 여행 같은 것이 되었다. 꿈을 대하는 마음 가짐이 달라진 사람의 눈빛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오늘도 작업(作業) 머리를 굴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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