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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Jan 05. 2021

글도 쓰고 돈도 많이 벌었으면

작업실에서 하는 여러 작업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은 글쓰기다. 애초에 작업실을 만든 이유가 새로운 분야의 글을 쓰기 위해 얻은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자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앞으로 내가 먹고 사는 일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회사에서도 글을 쓰는 일이 많다).


글을 쓰는 일이 1인 사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온전히 혼자 써내는 작가나 세무부터 각종 잡일까지 다 해내야 하는 1인 기업 대표나 그 책임감은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니 작업실이라고 부르든, 사무실이라고 부르든, 이름만 다를 뿐 거기에 들어간 사람은 '생산'을 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글을 쓰는 일은 사업과 달리 왠지 '돈'과는 멀게 느껴지기만 한다. 요즘이야 콘텐츠 산업이 커지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옛말에는 글을 쓰면 굶어 죽는다는 말도 있었다. 글을 써서 한강 보이는 집앞에서 사는 사람도 생겨났다지만, 여전히 글을 써서 먹고 살기 힘든 사람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내 지난 경험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출판사에서 채용 제의를 받고 편집자 겸 동화작가로 입사를 했다. 말 그대로 책도 편집하고, 동화를 쓰는 일도 한 것인데, 그렇게 두 가지의 일을 동시에 하는 사례를 주위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작권이나 계약 형태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는데, 대표님은 그것을 '퉁쳐서' 계산해주셨다. 어떻게 계산된 것이냐고 코치코치 캐묻기엔 내가 어렸다. 당시 그 출판사의 규모 기준, 평균 신입 사원 월급보다 조금 높은 월급이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정확한 계산이었을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확한 계산이었을지는 몰라도, 아무 경력 없던 나에게 신기한 포트폴리오가 되었다는 점에선 좋았다. 이직 자리를 알아보지 않고 1년의  출판사 경력을 마무리한 뒤, 나는 생각보다 긴 백수 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다음주면 취직 하겠지, 그 다음주면 취직 하겠지, 하며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버티다가 벌어놓은 돈을 다 까먹고 나서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나섰다. 내가 쓴 몇몇 동화책 덕분에 한 작은 어린이책 출판사와 미팅을 하는 기회를 얻었고, 잘 알지도 못하는 구로역 부근의 그 출판사를 찾아갔다. 너무 작고 허름해서 그곳에 서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조차 죄송할 지경이었다. 아무튼, 동화를 쓸 프리랜서 작가를 구하고 있고, 한 편 당 5만원이라고 했다.


5만 원. 그날 출판사를 찾아가느라 쓴 교통비가 3,000원. 가는 길에 사 마신 음료수값이 2,000원. 2시간이 걸려 왔다갔다한 내 시간 비용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일을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돈이 4만 5,000원이다. 6-7세 대상의 동화책이라 분량이 매우 적지도 않고, 수학 분야의 동화책이라 관련 전문가와도 의견 조율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나는 한다고 했다. 몇 편의 동화를 쓰기는 했지만 신입이나 다를 바 없는 내게 기회를 주신다는 게 감사했고 그때는 그렇게라도 한 줄의 포트폴리오를 더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오히려 질질 시간 끌지 않고 깔끔하게 알려주신 게 감사했다고나 할까. 그때로서는 내 강력 무기인 글쓰기로 벌 수 있는 최선의 돈이었던 것이다.


얼마 전 인터뷰를 요청해 온 기자에게 페이를 요구하자 “인터뷰는 그렇게 플러스마이너스를 계산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기자가 인터뷰를 취소한 일이 있었다. 내 일과 인생에서 왜 계산이 중요한지 처음부터 설명하기가 복잡해 나의 가격 테이블을 SNS에 써 올렸다. 인터뷰 20만 원. (생략) 그러다 하루는 동료 뮤지션에게 “넌 왜 돈 얘기만 하냐”라는 말을 들었다. “그런 점이 아티스트답지 못하다”라는 말도 들었다. - 이랑, <좋아서 하는 일에도 돈은 필요합니다> 중에서


다른 분야로 재취직을   5년이 넘게 흘렀다. 다른 분야로 취직했지만 여전히  커리어의 가장  무기는 글쓰기이고, 내가 출간한 책이나 기고 요청에 책정되는 금액은 그때보다 크다. 하지만 종종 콘텐츠 제공을 위한 미팅을  때마다 '' 이야기가 제외될 때가 있다. 우리는 서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지만 마치  이야기는 암묵적으로 '나중에' 해야  것처럼 미루어진다. 물론 나도 회사의 일원이 되어 기고자를 섭외하다보어쩔  없이 원고료를 먼저 제시하기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기고자의 입장에서 돈은 단순한 경제적 의미를 넘어 콘텐츠의 '가치' 계산할  있는 척도가 된다. 생산적인 일에는 그만한 당연한 대가나 혜택이 제시되어야 하고, 돈을 받지 못한다면 다른 형태의 가치(ex.많은 구독자에게 노출) 제공해줄  있는지가 ‘앞서궁금한  당연하다.


이 작업실에서 써내는 글로 더 큰 작업실을 얻을 수 있는 날이 올까? 글 쓰는 사람도 돈 많이 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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