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엔 작업실에서 조촐한 연말 파티가 계속 이어졌다. 단, 공간이 좁기 때문에 딱 한 명씩만 들어올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몇몇만 1박을 하게 됐다. 밤에는 보통 같이 술을 마시고 못다 한 수다를 쏟아내느라 바빴는데, 문제는 그다음 날 아침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다들 일어나질 않았다. 평소 아침부터 부지런을 떨어 '할머니'라는 별명이 있는 나로서는 시계가 12시를 가리킬 때까지 이불속에 꼼짝 않고 누워있는 것이 고문이다. 공간이 좁다 보니 조금만 움직여도 옆 사람이 깰 것 같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여행지에서처럼 나 혼자 나가서 놀다 올 수도 없었다. 그래도 멀리서 온 손님인데 푹 자게 두는 것이 매너일 것 같아 참고 또 참아보지만, 어제 먹은 것들이 뱃속에 뭉쳐 더부룩하고 좁은 공간의 공기는 평소보다 두 배로 빨리 탁해져 가는 듯했다.
‘아...!! 못 참겠어..!’ 마음속으로 외치며 아주 조심히 창문을 열었는데, 웬걸, 손님은 눈 하나 깜짝하지도 않는다. 진즉 창문을 열 걸, 괜히 혼자 끙끙 앓았다. 가족들과 떨어져 친구와 살거나 룸메이트와 살게 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것들로 다툰다고 했다. 쓰고 난 면봉을 화장실에 그대로 둔다든지, 물 마신 컵을 잠깐 탁자 위에 올려둔 것 때문이라든지. 어떤 사람은 방금 양치를 하고 나서 간단한 스낵을 입에 넣고 외출을 하려는데 그 모습을 본 배우자가 질색팔색 하며 왜 양치를 다시 안 하냐고 했다고 한다. 타인의 입 속 사정을 그렇게까지 통제하려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싶은데, 내 친구는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단다. 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그만큼 함께 산다는 건 다른 일이다. 친구가 몇 시간 작업실에서 놀다갈 때는 몰랐지만 하룻밤만 같이 묵어봐도 나와 다른 점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한 달 동안 숙박 호스트(?)가 되고 나서 느끼고 겪은 일들을 20년 지기 친구에게 털어놓고 나니 재미있는 기억이 하나 떠오른다. 이 친구는 내 평생 중 가장 많이 여행을 같이 간 친구인데, 어렸을 적 아토피로 고생해 여행을 갈 때마다 베개에 덮을 개인 수건을 챙겨 왔다. 깔끔도가 지금에 비해 현저히 낮았던 20대 초반의 나는 그것이 유난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후로는 내가 어딜 가든 수건을 깔고 잤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다른 생활 습관을 갖고 살아간다. 어떤 것들은 조금만 노력해도 맞춰지지만 또 어떤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죽어도 맞춰지지가 않는다. 확실한 것은, 파티가 끝나면 서로가 교집합이지 않았던 시간에 쌓여온 생활 습관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