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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r 08. 2021

면접 잘 보는 방법을 검색하셨나요?

300개에 육박하는 내 브런치 글 중 가장 스테디셀러 글은 <면접관이 된 내가 생각하는 면접 잘 보는 방법>이다. 요즘같이 유독 조회수가 높게 나온 날이나 유입 검색어에 '면접 잘 보는 방법', '면접관 표정' 같은 것들이 눈에 띄는 날이면, '요새 면접 보는 분들이 많으신가 보다'하고 생각한다.


나는 인사 담당자도 아니고, 이 글을 썼던 당시(그리고 여전히) 오랜 연차를 가진 사람도 아니었다. 늘 면접자의 역할이었던 내가, 나와 함께 일할 인턴사원을 뽑는 면접에 면접관으로 처음 참여하면서 느끼고 배운 것들을 적은 것이었다. 이 글을 쓰고 1년 여 시간이 지난 후, 업데이트를 해야 할까 싶어 이 글을 몇 번 다시 읽어보기는 했지만 고치고 싶은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에 퇴색되어 버리는 것들이 이 글에 생생히 살아남아 있을 테니 말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면접을 정말 많이 봤다. 또래에 비해 이직이 잦았던 탓도 있고, 취업이  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때문에 도저히  수도 없을 만큼 ''으로 승부했다. 누군가는 그것도  돈이고, 에너지라며 진짜로(?) 가고 싶은 회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 지난날의  면접 경험을 돌아보면, '불러주시는 곳마다 가길 잘했다' 생각이 든다. 겨우 1 , 2 차인 내가 회사 실무자 혹은 대표님들과 1시간 동안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있는 실질적인 기회가 면접 말고  있을까?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같이 일할 동료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들어볼 기회가  있을까?


한 회사에서는 면접관 한 분이 나를 앞에 앉혀두고 갑자기 그 자리에서 좋은 카피 하나를 뽑아보라고 했다. 식은땀이 났다. 면접 자리에서 꽤 당황스러운 요청을 많이 받아보았지만 그것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회사도, 면접자도, 각자의 요청과 희망사항이 얼마나 잘 맞는지를 보는 것이 면접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좋은 카피를 뽑지 못했다. 빠르게 카피를 뽑아내는 데 자신 있지만 그 자리에서는 좋은 카피가 나오지 않았다. 길거리를 걷거나 화장실만 다녀올 수 있었어도, 빠르게 카피를 뽑을 수도 있었을 텐데. 좁은 회의실에서 압박감을 견디며 카피를 뽑지 못한 나는 그 회사와 잘 맞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내가 가고 싶은 회사가 어디인지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있었던 기회도 많았다. 1 면접부터 대표님과 일대일 단독으로 면접을 봤던 회사에서는  자기소개를 듣기도 전에, 회사 소개부터 해주겠다고 하셨다.  '' 입장이었던 나는 순간 ‘ 입장이   같은 기분이 들었다.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 엘리베이터를  때까지 대표님이 혼자서 나를 배웅해주셨고,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 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하셨다. 단면만 보고 모든 것을   있겠냐만  회사에 들어가면 수평적인 업무 분위기에서 일할  있겠다는 조금의 느낌이 들었다. 비록  면접에서는 떨어졌지만 시간이 아깝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어느 학원에 가도 배울  없는, 돈으로 환산할  없는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내게는 20년 지기 친구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관계가 끊긴 친구들도 많다. 학창시절에 잘 지내던 친구와 한순간 관계가 끊기면서 내가 무언가 잘못한 게 아닐까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만나면 만날수록 잘 맞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만나면 만날수록 불편하고 어색해지는 사람도 있다는 걸 사회로 나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닫게 되었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면접에서 떨어졌을 , 내가 대답을 잘못했나, 스펙이 부족했나 되짚으며 자책에 빠지기도 했지만 많은 회사를 만나보니 나와는  맞지 않은 회사였을 뿐이라는  알게 됐다. 초년생 시절, 치기 어린 마음에 '당신들이 뭔데  인생을 평가해요?' 하며 분노에  소주를 들이켠 적도 있었으나 사실 그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인생과 커리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본 메이지대학교 교수인 사이토 다카시는 그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에서 “매일 바쁘게 살다 보면 일상의 리듬에 취해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충격을 주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낯설게 보기 아무 때나 쉽게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면접은 회사에 취직을 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그날까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있는 건강한 충격 요법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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