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나는 위대한 글을 쓰지 못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위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by 유수진

요즘 이틀에 한 편 꼴로 짧은 글을 쓰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자주 글을 쓸 수 있냐고, 매번 그렇게 쓸 이야기가 있냐고 묻는다.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내가 이렇게 자주 글을 쓸 수 있을지 몰랐고, 한번 글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려면 마음 먹는 데만 반나절이 걸렸다.


지금도 그렇지만, 글쓰기에 욕심이 많았다. 남들과는 다른 글을 쓰고 싶고, 독자로 하여금 깜짝 놀랄만한 혹은 타성에 젖은 생각에 찬물을 끼얹어주는 글을 쓰지 못한다면 글을 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욕심이 커지면 커질수록 글을 쓰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내 욕심만큼 능력은 되지 않았고, 이리 뜯어보고 저리 뜯어봐도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다음번에 글쓰기는 더 힘들어진다. 몇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앉아 끙끙 앓아도 내 욕심에 차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는 걸 반복적으로 경험하고나면 '나는 글을 못 쓰는구나' 하며 단념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올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한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이제는 정말 써야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막연히 '글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20대 때는 글을 쓰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글쓰는 사람'이란 김훈, 유시민, 베르나르베르베르 같이 나는 올려다보지도 못할 유명한 작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작가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려니 당연히 글이 써질 리가 없었다. 이세돌 앞에서 알까기를 하는 격, 에미넴 앞에서 옹알이를 하는 격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생각을 바꾸는 건 의외로 쉬웠다. 나는 어차피 위대한 글을 쓰지 못한다고 인정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인정하고나니 무거웠던 마음의 부담도 덜어졌고, 마음의 부담이 덜어지니 글이 술술 써지기 시작했다.


두번째는, 보는 시선에 따라 다르겠지만 좋은 글이 많은 만큼 좋지 않은 글도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서점에 가서 책을 보다보면 정말 훌륭하고, 어떻게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며 감탄하게 되는 책들이 수없이 쌓여있다. 반면 내 개인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 다소 아쉬운 책들도 많다. 내 기준에서 아쉽다는 건, 알맹이는 없이 트렌드만 좇아가려다 이도저도 아닌, 그저 예쁜 장식용 책처럼 보이는 것들이다.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위로하겠다거나 작가 자신의 생각인지 인터넷 속 생각인지 모를 깊이없는 문장들에 실망감이 커질 때쯤, 문득 '나라면 이렇게 안 쓸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축구 경기를 볼 때도 말로만 떠드는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게 축구를 잘하시면 벌써 직접 국가대표가 되어 필드에서 뛰었어야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런 내가 '나라면 이렇게 안 쓸텐데' 라는 건방진 생각이 들었다. 직접 작가가 되어 글을 써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중요한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었을 때, '이번엔 망치고 다음에 잘해야지'라는 말도 안되는 다짐을 한다. 망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면 오히려 간절히 원할 때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는 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쓸 때에도 '나는 어차피 위대한 글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글을 망치고 싶기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좋은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언젠가는 진짜로 위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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