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문장에서 찾은 글쓰기에 대한 생각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면, 글쓰기의 끝에는 메시지가 있다

by 유수진

다음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아직 젊은 사람일수록 더 깊이 있게 죽음의 의미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中


위 문장을 글쓰기에 빗대어 아래와 같이 변형해보았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스토리가 크게 달라진다. 어떤 메시지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글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길수록 메시지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일수록 더 깊이 있게 글쓰기의 의미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죽음은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럽고, 괴로운 것이기도 하지만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삶을 더 제대로, 행복하고, 즐겁고, 올바르게 살아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한다. 죽음은 삶의 끝인 동시에,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영원히 살 수 있었다면 지금처럼 아등바등 열심히 살진 않았을 것 같다. 아무리 달려도 결승 지점이 나타나지 않는 마라톤 경기에서 뛰지 못하는 것처럼, 아무리 일해도 퇴근 시간이 오지 않는 회사에서 일할 수 없는 것처럼. 우리가 열심히 사는 이유는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각자에게 주어진 유한한 삶 속에서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되도록이면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 열심히 산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분량 속에서 본인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되도록이면 독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열심히 쓴다. 삶의 끝에 죽음이 있다면, 글쓰기의 끝에는 메시지가 있다. 어떤 글이든 쓴 사람의 생각과 고민에서 비롯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또한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를 갖는다.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메시지를 글에 어떻게 녹여낼 것인지, 그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등을 오랜 시간동안 고민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현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 보통 '젊은 사람이 왜 벌써부터 우울하게 죽음을 걱정하느냐'는 시선이 쏟아진다. 어린 아이가 죽음이 뭐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어른들은 당황해하며 '천사가 되어 하늘에 가는 거야', '별이 되는 거야' 정도로 설명하고 서둘러 대화를 마친다. 물론 태어난 지 얼마되지도 않은 어린 아이가 죽음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좋지 않겠지만, 젊은 사람일수록 죽음이 있기에 삶이 있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야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에게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들로 채우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대다수의 젊은 사람들이 죽음을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글을 많이 써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글을 써'라는 생각으로 글쓰기를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글을 쓰며 나를 마주하는 일은 때론 차라리 그냥 매를 맞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을 쓰면 쓸수록 나조차 몰랐던 깊은 내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관찰자로 조금씩 성장해감을 느낀다. 주어진 분량 안에서 고군분투하다가 결국 무언가를 써냈을 땐, 데드라인 안에 일을 마친 노동자처럼, 목표 공부 분량을 채운 학생처럼 뿌듯함이 밀려온다. 만약 누군가 글을 많이 써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글쓰기를 망설인다면 글을 써야 할 가장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글쓰기의 의미를 더 깊이있게 사유할 필요가 있다고 전하고 싶다.


나는 글을 쓸 때 마지막 문장에 가장 많은 고민을 기울이는 편이다. 마지막 문장이 선명하지 않으면 글의 전체가 흐려지는 느낌이 들고, 마지막까지 힘들여 글을 읽은 사람들을 맥 빠지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죽음과 삶을 대하는 태도도 그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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