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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May 30. 2021

청소년들이 꼭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브런치 제안, 그리고 청소년 에세이툰 강의 준비

  전쯤, 브런치를 통해 강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가끔씩 브런치나 제가 가진 SNS 채널들을 통해 이러한 제안을 받아왔는데, 이번에는 조금 ''하고 놀란 강의 제안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청소년 대상의 강의였거든요. 마지막으로 청소년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언제였더라. 사촌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본 지도 3년이 넘어가는  같은데.


덜컥 수락을 한 뒤, 예전에 만들어두었던 어른 대상의 강의 자료를 참고해 강의 자료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듣는 수업이라고 하니, 가장 연령이 낮은 친구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건 조금 어렵겠지? 하며 지우고, 이건 더 어렵겠지? 하며 수정하고... 그러다 머리 좀 식힐 겸 엄마 옆에 누워서 TV를 보는데 <유 퀴즈 온더 블록>에 한 어린이가 게스트로 출연을 했습니다. 이 어린이는 MC 유재석 씨에게 퀴즈를 내놓고는 본인도 정답을 잊어버렸는지 "정답은 아저씨가 알아보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마 저라면, 정답을 모르는 게 민망해서 쩔쩔맸을 텐데 말이죠.


"강의 자료를 다시 수정해야 할 것 같아. 나보다 더 똑똑하잖아..."

"그럼. 요즘 어른보다 더 똑똑한 애들이 얼마나 많은데."


다시 방으로 들어가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청소년들에게 글을 쓰라고 말하려는 걸까. 그것도 기왕이면 '잘' 쓰라고 말해야 하는데. 나의 청소년 시절로 되돌아가 봅니다. 솔직히, 저는 청소년 때 에세이나 일기를 쓰지 않았습니다. 교과서나 참고서만 읽었지, 소설책을 3장 이상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오로지 시험 점수에만 매달렸는데, 점수는 그냥 고만고만했습니다. 하지만 작문 시간을 참 좋아했습니다. 친구들은 기피하는 글쓰기 발표도 항상 먼저 나섰는데, 저는 아마도 그때 시험에 대한 압박감 속에서 유일한 해방감을 느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있는 작문 시간은 나라는 아이를 깊이 들여다보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 가야 한다고 해서 갔고, '문예창작학과'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지도 모른  수시 합격을 했습니다. 그렇게 흘러 흘러 살아가다가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한  취업 전쟁을 마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20 말부터였습니다. 그때부터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소심한 줄만 알았던 내가 생각보다 가능성이 크고, 독립과 성장의 욕구가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요. 저를 스무 살 때부터 알아온  친구는 서른을 기준으로 제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20 때는  집순이었던 네가 30살이 되더니 적극적으로 세상에 나가는 사람으로 바뀐  같다고. 저는  차이가 글쓰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믿습니다.


청소년이었던 내게 누군가 에세이를 써보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 저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을 겁니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으면서 시험 점수가 조금이라도 더 잘 나와야 한다는 걱정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6월에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에세이를 써보라고 말할 겁니다. 아이들은 분명히 저보다 더 똑똑할 테니까, 그때의 저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많이 궁금해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수업에 스스로 참여했을 테니까요.


요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해진 청소년들이 긴 글을 읽지 못하고 어휘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그것이 비단 청소년들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유튜브를 통해 짧게 편집된 영상들을 자주 보다 보니, 일부러 긴 호흡의 콘텐츠를 접하는 시간을 만들지 않으면 밸런스가 쉽게 무너져버릴 수도 있겠다는 위험 신호를 느끼곤 하니까요. 여기서 말하는 문해력은 단순히 긴 글을 잘 읽고 못 읽고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에 대해 스스로 가치를 판단하는 역량과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비판할 수 있는 역량 등 무수히 많은 역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해력은 곧 나의 삶을 살아가는 능력입니다. 저는 그래서 청소년들이 꼭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한계를 긋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과감한 상상력으로 네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큰 종이에 네가 어떤 사람인지 적어보라고. 오래 전의 나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준비하고 있는 청소년 대상 글쓰기 강의 자료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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