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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Sep 11. 2021

저자에게 메일을 보내고 5년 뒤에 일어난 일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주말에 한 권의 책을 읽은 뒤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당시 2년차 홍보 주니어였던 나는 시니어가 없이 혼자 홍보 일을 맡고 있던 터라 기자들을 상대하는 언론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쁜 평일 시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지만 주말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언론홍보에 대한 지식을 쌓고 싶었고, 그 방법의 일환으로 보도자료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다가 가장 큰 도움을 얻은 한 책의 저자에게 무턱대고 이메일을 보냈다.


기획기사는 꼭 한 명의 기자와만 협의를 해야 하는지, 한 언론사에 한 명의 기자에게만 보도자료를 배포해야 하는지 등 평소 일을 하면서 궁금했던 질문을 폭포처럼 쏟아낼 때만 해도, 저자에게 답장을 받을 거라는 큰 기대는 없었지만 답장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전송 버튼을 눌렀다. 내 블로그에 서평을 남겨두었으니 구경 오시라는 당돌한 말과 함께.  


5년 전 내가 보낸 이메일 일부

얼마 , 저자로부터 답장이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본인의 연락처를 남겨주셨고, 판교에서 일하고 있으니 찾아와도 좋고 연락을 줘도 좋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정말 바보였다. 찾아가지도, 연락을 드리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회초년생이었던 그때는 그것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다른 회사에서 마케터로 일하며 그러한 이메일을 보냈던 것조차 까맣게 잊고 지냈다. 여느 날처럼 퇴근을 하고 침대에 누울 때쯤 휴대폰이 울렸고, 휴대폰을 확인하자 어딘가 낯익은 'RE:안녕하세요~' 제목의 이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5년 전에 내가 보냈던 이메일의 두 번째 답장이었다.


5년 후 저자분께 받은 두 번째 답장

알고보니 저자 분께서 우연히 내 브런치 글을 읽게 되었고, 작가 프로필을 보다가 내가 5년 전에 이메일을 보냈던 그 독자였음을 기억하신 것이다. 아마도 브런치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종종 글쓰기 모임과 강의를 연 내 이력을 보고 프리랜서라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우리는 5년이 지나고 나서야 서로 전화 번호를 주고 받았고, 드디어 통화를 했다. 얼굴도 모르는 분과 통화를 하는 것이 다소 긴장되기도 했지만, 긴장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선배이자 어른처럼 느껴졌다. 유쾌한 목소리와 오랜 홍보 경력에서 느껴지는 신뢰감 덕분이었으리라.


책은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으로 그 목적을 다하기도 하지만, 더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필사할 수도 있고, 북토크에 참여할 수도 있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길 수도 있다. 또한, 저자에게 직접 이메일이나 SNS로 연락을 하는 방법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실례가 되진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저자가 직접 자신의 책에 남겨놓은 이메일이나 SNS 주소를 통해 연락을 취한다면 실례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떤 내용을 남기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평소 궁금한 점이 있었다면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질문을 남기고, 책에 대한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면 최대한 정중하고 예의있게 보내는 것이 좋다.


사람의 일이 재미있는 이유는 '연결성'이다. 언제 어떻게 연결될지 알 수 없기에 수많은 연결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혹여 저자에게 답장이 오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단순히 책을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것으로 독서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저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경험만으로도 책의 내용을 더욱 깊이 받아들이게 되었을 테니 말이다.


우리는 통화를 끝낸 뒤, 첫 만남을 갖기로 약속했다. 5년 전, 내가 연락을 드렸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어질 인연은 어떻게든 이어진다고 하지 않던가. 사회초년생의 패기로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내게는 없었을 인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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