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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수진 Sep 14. 2021

드디어 저도 콘텐츠를 터뜨렸습니다

2018년 4월, 처음 내 브런치 글이 DAUM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었던 날을 기억한다. 속초에 놀러 가던 길이었는데 고속버스에서 내내 통계 페이지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루 두 자리 숫자도 기록하기 어려웠던 조회수가 몇 시간 만에 천 단위로 넘어가고 있었다. 일명 '터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글을 발행할 때마다 종종 메인 페이지나 다음판에 글이 노출되었고, 그때마다 조회수는 최소 1만 단위로 올라갔다.


<2018년 처음 내 글이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었던 날의 기록>

그래프를 따라 치솟던 기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하룻밤의 파티가 끝난 듯 메인 페이지에서 글이 내려오고 나면 조회수의 상승도 멈췄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콘텐츠를 진정 '터졌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내 글 중 3번째로 조회수가 높은 <결혼식에 갔다가 또 울어버렸다>는 조회수가 10만을 육박한 데 비해 좋아요나 댓글, 공유와 같은 반응률이 낮다. 다음 메인 페이지의 링크를 통해 유입된 독자 분들은 로그인이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반응을 남기고 싶어도 남기기 어려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반응을 남길 만한 글이 아니었다고 판단된다. 2번째로 조회수가 높은 <엘리베이터에 같이 탄 남자가 버튼을 안 눌렀다>는 좋아요나 댓글의 반응이 앞 글보다는 높지만 공유는 단 1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인에게 공유하거나 나중에 다시 읽어볼 만큼의 가치는 없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얼마 전에 쓴 <10년 동안 책 670권을 읽으면 일어나는 일>이라는 글이 심상치 않았다. 글을 발행한 이후 한 달 내내 조회수가 1,000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고, 한 달만에 조회수 약 14만을 기록하며 4년 동안 써온 에세이 중 가장 높은 반응을 얻었다. 몇 년 전이었다면 조회수만 보고 '터졌다'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지만, 내가 '터졌다'는 느낌을 받았던 가장 큰 요인은 발행 후 한 달 기준으로 좋아요(618)와 댓글(34), 그리고 공유수(890)와 같은 반응수였다. 독자로서 글에 반응할 수 있는 세 가지의 방법 중 '터졌다'에 가장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있다면, 바로 공유다. 공유는, 한 사람이 글을 읽은 이후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끼쳐나가는 액션이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공유된 글에 달리는 좋아요나 댓글 수도 나의 공유 수로 트래킹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브런치 글 랭킹>
<페이스북에서 공유되고 있는 내 글을 발견하고 제보해주신 지인들>

작가라면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 기왕 시간 들여, 에너지 들여, 정성 들여 쓴 글을 많이들 읽어주시면 좋지 아니하겠는가. 세상에는 너무나 훌륭하신 작가님들이 수없이 많이 계시고 영상, 이미지, 텍스트 등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 분들이 계시기에 겨우 이 한 건의 콘텐츠로 '터지는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의 글을 쓸 생각은 없다. 다만, 약 4년 동안 에세이를 써오면서 유독 많은 반응을 얻고 있는 글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해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써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10년 동안 책 670권을 읽으면 일어나는 일>의 글이 터지게 된 이유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나름의 세 가지 이유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작심삼일의 절대강자, 독서에 대한 공감+동기부여


매년 초, 올해의 목표를 세울 때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독서다. 이것은 0대도, 10대도, 20대도, 30대도, 40대도....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것이다. 그런데 매년 초 이 목표를 세운다는 것은 매년 이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목표를 이루었다면 이미 독서는 습관이 되어 목표로 세울 필요조차 없어졌을 테니 말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독서라는 것은 참 하기 어려운 일인 동시에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이다. 나도 독서를 습관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실제로 내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 대다수가 '독서를 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못하고 있었는데 동기 부여가 됐다'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즉, 사람들에게 늘 마음의 부채 같았던 '독서'에 대해 동기 부여를 일으킨 점이 글에 대한 리액션으로 이어진 것이다. 따라서 터지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그 주제에 대해 어떤 공감을 나눌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나는 어떻게 해결하고 동기 부여를 얻었는지와 같은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면 좋다.


2.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종종 글쓰기 모임이나 강의를 할 때마다 내가 가장 강조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쓰기'다. 구체적인 글일수록 매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밥을 먹고살지만, 어떤 재료로 만들어진 밥을 어디에서 누구와 먹었으며 밥을 먹으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쓰면 그것으로도 좋은 글쓰기 재료가 된다. 회사에 제출할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자기소개서에 '저는 일을 못합니다'라고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실제로 그 일을 어떻게 이루어냈으며 얼마 큼의 성과를 만들어냈는지 구체적인 숫자로 증명해내야 한다.


'수없이 많은 책을 읽었다'는 말과 '10년 동안 670권을 읽었다'는 말 중 어떤 말에 더 끌리는가?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훌륭하고 대단한 분들이 많다. 작고 작은 내가 그분들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나만의 디테일뿐이다.


3.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경험과 시각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은 내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왜 읽어야 하냐고 여쭤보면 그래야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했다. 이해하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이유였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때우기 위해 독서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독서를 하면서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나만의 답을 찾게 되었던 것 같다. 큰 틀에서 보자면 어른들의 말씀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감각이 미세해진다'거나 '의외로 좋은 정보를 찾는 눈이 생긴다'와 같이 스스로 몸으로 터득한 독서의 이유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유튜브에 '독서'라고 검색하면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책을 읽는 방법 등 무수히 많은 콘텐츠가 쏟아진다. 하지만 그 어떤 콘텐츠도 나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콘텐츠는 없을 것이다. 실제로 10년 동안 670권의 책을 읽으며 내가 찾아낸 나만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글을 쓰거나 콘텐츠를 만들 때에는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자신만의 시각을 담아내야 한다.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는 정보와 시각을 전달해 독자로 하여금 공유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나는 모든 일의 50%는 운으로 결정된다고 믿는다. 똑같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누군가는 일이 잘 풀리고, 누군가는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노력의 문제도 있겠지만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운도 크게 작용한다고 믿는다. 사람이 만드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좋은 콘텐츠 같지도 않은데 어쩌다 타이밍을 잘 타서 빵 하고 터지는 콘텐츠도 있고, 누가 봐도 최고의 작품인 것 같은데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리는 콘텐츠도 있다.


내 글 중 일부는 브런치팀에 채택되어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지만, 노출된 글보다 더 잘 쓴 것 같은 데도 채택되지 않기도 한다. 알 수가 없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계속해서 좋은 글을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분석하는 것이다. 터졌다면 왜 터졌는지 분석하고 터지지 않았다면 왜 터지지 않았는지 나름대로 분석해보아야 발전이 생기기 때문이다. 설령 쓴 글이 터지지 않았더라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비록 지금은 세상에 빵 하고 터지진 않았지만 똑같이 정성들여 쓴 내 새끼니까. 내가 써 내려가는 모든 글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기 선수들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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