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란 전파가 초당 몇 번 진동하는지를 나타내는 과학적 단위로, 무전기 통신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다. 군사작전에서 무전기는 정해진 주파수 대역폭 안에서만 작동하며, 단순히 같은 대역에 있다고 해서 소통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같은 대역 내에서도 정확한 채널, 변조 방식, 암호화 키 등이 맞아야 신호가 수신된다. 물론 신호가 수신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 암묵적으로 합의된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음어'등으로 암호화되었다면, 그 음어를 모르는 사람은 그 신호를 이용할 수 없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각자는 서로 다른 주파수로 자신을 표현하며, 어떤 이는 낮고 부드러운 파동으로, 또 다른 이는 날카롭고 선명한 진동으로 자신을 드러낸다. 하지만 아무리 큰 소리를 내도 상대 마음의 수신기가 다른 채널에 맞춰져 있다면 그 메시지는 왜곡되거나 공중으로 사라진다. 반대로 정확히 조율된 순간, 혹은 우연히 그것이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 그 사람의 말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상대방 마음 깊이 스며드는 신호가 되어 강한 공명을 일으킨다. 그 공명은 포탄이 쏟아지는 혼란스러운 전장 속에서 한 줄기 맑은 교신을 잡아내듯 사람 사이에 신뢰와 연결을 만들어낸다.
최근 나는 주파수가 완벽히 맞아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소통이 잘되는, 무전용어로 'Loud&Clear'한 사람들을 만나기도 했고,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주파수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Unreadable' 같은 사람들도 만나기도 했다. 전자의 사람들과의 대화는 굳이 주파수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도 전술 네트워크에서 깨끗한 링크를 확보한 것처럼 선명했고, 자연스럽게 신뢰와 끈끈한 우정에 대한 재확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후자는 상대측에서, 혹은 내가 아무리 강한 신호를 보내도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물리적 거리와 상관없이 그들과의 대화는 이해할 수 없는 무전기 잡음과 같았다.
마치 서로 다른 모드와 암호키로 설정된 무전기가 절대 연결되지 않듯, 사람 사이에도 쉽게 맞춰지지 않는 주파수가 있다. 특수작전에서 생명인 무전교신을 확보하기 위해 세밀한 절차와 수많은 조율을 거치듯, 관계 또한 시간과 노력, 신중한 세팅 없이는 절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란 신호를 단순히 송신하고 수신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파동을 찾아내고 맞춰가는 복잡하고 섬세한 작전이며, 그 과정 속에서만 진짜 신뢰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