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살고 계신 부산 고향집은 오래된 다세대 주택이다. 구조상 화장실은 외벽에 있고, 단열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곳이라 한겨울이면 바깥의 냉기가 그대로 전해져 온다.
파주에서 근무하던 초급간부 시절 휴가 때 늘 고향집에서 지내다 복귀하곤 했다. 한겨울 어느 날, 복귀를 위해 샤워를 하면 차디찬 냉기와 온수가 만나 그 옛날 어른들이 온탕에 들어가실 때 ‘시원하다‘라고 하시는 것처럼 오묘한 느낌이 든다. 그것에 더해 부대에 복귀해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그 어떤 두려운 감정이 겹쳐 마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복받쳐 올랐었다.
그랬던 나도 어느덧 중견간부가 되었고, 며칠 전 2년간 해외근무를 마치고 고향집에 인사를 드리러 방문했다. 복귀를 위해 샤워를 하는 순간, 갑자기 그때의 그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단순히 초급간부라서 느낀 감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순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었을까, 부모님 품을 떠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