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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die Feb 06. 2021

Hanging Rock State Park, NC

노스캐롤라이나 일상

뉴스를 보니 여가활동으로 캠핑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실내 활동보다 상대적으로 감염의 가능성이 낮은 야외활동을 선호하는 요즘의 추세가 반영된 결과인 듯. 무엇보다 캠핑을 하면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층간소음 걱정 없이 마음껏 뛰어놀게 할 수 있고, 연일 계속되는 '집콕' 라이프에 지친 사람들도 답답한 집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 그야말로 캠핑은 '이 시국에'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여가활동이 아닐까 싶다. 물론 아무리 야외라고 해도 바이러스가 친절하게 비켜가는 것은 아니니 알아서들 조심해야겠지만 말이다.


이곳 미국에서도 캠핑은 대중적인 여가활동이다. 지역별로 국립공원이나 주립공원에 캠핑장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어디에서든 어려움 없이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미국에서 캠핑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대형 RV를 끌고 온갖 시설이 잘 갖춰진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인지 주립공원 캠핑장을 돌아봐도 한국처럼 텐트를 치는 오토캠핑족은 보기가 힘들다. 특히 지금 같은 겨울에는 더더욱 말이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 산전수전, 혹한전(?)까지 다 겪어본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 그래서 굳이 이 겨울에 한번 캠핑을 떠나보기로 했다.


Hanging Rock State Park


내가 캠핑을 하기로 결정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Hanging Rock 주립공원이다. 사전 정찰(?)을 위해 구글어스로 검색을 하는데 한글로 '한깅록 공원'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 명칭을 그대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았더니 아무것도 검색되지 않았다. 곰곰이 스펠링을 살펴보니 '행잉 록' 정도로 읽히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굳이 해석하자면 매달리는 바위(?)쯤 되려나. 어쨌든 이곳으로 결정하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 미국은 주립공원마다 예약 홈페이지가 잘 구성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예약할 수 있었다. 심지어 밀리터리 할인(10%)까지 받아서 16$라는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코로나 때문에 셀프 체크인을 하고 있었고, 게시판에 내 이름이 적힌 주차증을 갖고 예약한 캠프 사이트로 이동했다.



미국 공원의 캠프 사이트는 대부분 비슷한 모습이다. 캠프 사이트는 테이블, 화로, 텐트 치는 곳, 주차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텐트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는 한국 캠핑장과는 달리 미국은 어느 정도 공간을 두고 있다. 워낙 땅이 넓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My property에 대한 미국 사람들만의 문화가 반영된 것은 아닐까 내 마음대로 생각해본다. 종종 미국 영화를 보다 보면 집 앞에 찾아온 낯선 사람에게 잠옷을 입고 긴 총을 든 할아버지가 달려 나와서 "Get out of my property!!"라고 소리치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만의 공간이 보장된 것 같아서 너무 좋았다.



캠핑엔 캠프파이어. 월마트에서 산 싸구려 차콜에 착화제를 인정사정없이 뿌려 쉽게 불을 붙였다. 타오르는 불꽃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150만 년 전 불을 발견한 호모 에렉투스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별 생각을 다하며 월마트에서 산 5달러짜리 캠핑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에 잠긴다. 심지어 저 5달러짜리 캠핑 의자는 현재 내가 공부할 때 쓰는 의자로도 쓰이고 있다. 이미 5달러의 가치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기도 구워 먹었다. 일반적으로 캠핑장에 설치되어 있는 화로는 관리되어 있지 않아서 더럽다. 그래서 고기를 구워 먹기 위해서는 별도의 철망을 구입해야 한다. 역시 고기는 불맛이다. 어두워서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모르겠지만.

 


월마트에서 25달러에 구입한 오자크 트레일 텐트. 나름 인스타에서 보던 텐트 '갬성'을 내기 위해 여러 번 사진 찍었지만 전혀 그 느낌은 전혀 나지 않는다. 아마도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거나, 텐트가 별로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이다. 주변이 너무 조용하고 심심해서 넷플릭스로 드라마 스위트홈을 보았다.



혹한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숨 쉬고 있음에 감사했다. 이곳의 장점은 체크아웃이 오후 3시라는 것이다.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 끓여먹고 급히 도망가듯 철수해야 하는 한국 캠핑장과 달리 여유가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침을 여유 있게 먹고도 시간이 남아 산책이나 하기로 했다.



조선 등산러에게 미국 산은 그저 동네 뒷산일 뿐이었다. (정상은 사방이 절벽이라 조금 무서웠지만) 정상 부근에 가니 정말 매달려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Hanging Rock이 있었다. 인스타그램 태그를 검색해보니 사진 각도를 조절해서 마치 절벽에 매달려 있는 듯한 효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나는 혼자 갔기 때문에 인증샷은 찍지 못했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미국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맑은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넓은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을 보고 있으면 내게 없었던 야망도 저절로 생길 것 같은 묘한 무엇인가가 느껴진다. 어항의 크기가 물고기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어쩌면 인간도 넓은 세상에 나홀로 던져져서 헤엄쳐 봐야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산에서 내려오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족, 일,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과 수많은 아이디어에 관한 것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나는 성장하고, 단단해지고 있었다. 문득 2008년 어느 여름, 보병학교 동복유격장 비석에 새겨져 있던 어떤 문구가 생각난다. '아름다움은 어려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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