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에서 눈에 띄지 않고 걷는 것

10월 26일

by 이도
포드는 소설가의 능력으로 "자기 자신을 지우"라고 한다. 또 "관찰을 하기 위해서는 군중 속에서 눈에 뜨이지 않고 다닐 수 있어야 한다."고도 한다. 하지만 리스 같은 여자, 그리고 리스가 만들어낸 여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을 관찰하기 좋으라고 길 쪽을 향해 의자를 배치해 둔 카페테라스 앞을 눈에 뜨이지 않고 지나갈 수 있나? 군중 속 남자는 그럴 자유가 있지만 리스의 인물들은 자기가 조롱당한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느끼며 도시를 돌아다닌다. 그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려고 피한다. 피할 수 없는 비웃음과 눈길에 다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왜 당신은 그렇게 슬픈가요?" 길에서 만난 낯선 남자들이 묻는다. 그러면 여자는 생각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울고 싶지?"
[도시를 걷는 여자들], 로런 엘킨, 2020, 99-100쪽


이야기 속 시대는 1920년대. 지금은 혼자 군중 속에서 걷는 일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가끔 기분 나쁜 눈길을 받을 때가 있고 종종 질문을 받는다. "정확하게 원하는 게 뭐야?"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보통 아는 사람이 묻는다. 그러면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걸까?" "내가 하는 일을 언제까지 증명하고 설득해야 하나."

그들은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그리고 '불편해하는 태도'에 당황한다. 질문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대답을 피하는 건 부당하다는 듯이.


작업실에 앉아 있는 내게 '모습이 보기 좋다며' 말을 거는 사람이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하고 먹고 살만큼의 돈을 버는지도 물어본다. 나는 이 공간의 사장도 아니고 먹고살려고 하는 일이 많다는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표정이 이내 일그러진다. 무엇을 상상했는지 모르겠지만 '보기 좋다'는 그 모습 또한 마감 압박에 머리를 쥐어짜고 있던 중이었다.

2021 아직도 군중 속에서 완벽히 눈에 뜨이지 않는 건 힘든 일이다. 100년 전. 그녀들의 고통은 상상할 수 없지만 계속 읽다 보니 내 고통과 닿아 있는 걸 알아차릴 때가 있다. 그래서 읽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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