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
높은 천장에 바닥과 벽이 대리석으로 장식된 복도를 지나 조명이 어둡게 깔린 넓은 공간으로 들어간다. 소독 연기가 나오는 문을 통과한 안쪽 공간은 복도보다 더 높은 천장에 샹들리에가 걸려있고, 바닥에는 모든 소리를 흡수할 법한 어두운 색의 카펫이 깔려있었다. 어둡고 거대한 공간에 들어서니 커다란 둥근 탁자들이 놓여 있었고, 푹신한 남색 벨벳 천으로 싸인 그 탁자는 너무 커서 투명 아크릴 판이 없어도 옆사람과 대화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몇 명의 이름이 불리고 그중에 몇 명이 단상에 올라와 또다시 그들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많은 시간이 흐른다.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시나몬 설탕이 발린 작은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아, 이제 좀 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