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000년?

2020!

by 이도

나의 골몰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간판이다. 오랜 기간 빗물에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고, 바람에 씻기고 쓸리며, 햇살에 마르고 그을린 오래된 간판.

단순하고 직관적인 단어 선택과 무난한 하트로 포인트를 준 윤 원장님의 파마촌.

오늘도 영업합니다.



우리 동네에서 건물이나 그의 간판으로는 과거와 현재의 구분을 명확하게 할 수 없다.


큰 도로와 작은 골목을 낀 코너에 깨끗하지만 텅 비어있는 신축 상가가 있다. 통유리와 높은 천장. 평수가 작아 보이지만 복층 형식이라 앙증맞은 계단도 보인다. 임대문의와 함께 휴대전화 번호가 누군가를 기다리듯 붙어있다. 그 가게 옆 골목 맞은편 코너에는 음반 상점이 있다. CD와 테이프, LP판까지 음악과 관련해 역사를 품고 있는 가게이다. 앨범만 파는 건 아닌지 어떤 가수의 포스터 뒷면에 햇 호두, 국산, 농장 직거래.라고 적어 유리창에 붙어있었다.


동네에 레코드 가게가 있다는 것에 놀라고, 시간을 멈춰 논 듯한 그 모습에 더 놀랐다. 내가 어릴 때 살 던 동네에도 음반을 비롯해 연예인 스티커, 팩 게임, 미니카를 팔던 상점이 있었다. 이들은 일반 문구점과는 확실히 달랐다. 흐릿한 기억 속에 그 가게가 생각났던 이유는 이 레코드 가게 벽을 메운 선반 때문이다. 빛바랜 노란색, 때 묻은 흰색인지 모를 색의 선반. 분명 20년 전과 같은 선반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끝내 살만한 물건이 생각나지 않았고 밖에서 구경만 하다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집에서,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