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다음날 독서모임이 있는 금요일 저녁엔 술은 가볍게 마음은 무겁게 시작된다. 내일 쓸 발제지를 옆에 두고 모임 프리뷰를 시작했다.
기업이 도시를 인수했다. 그 결과는 주민과 2년마다 갱신이 필요한 체류권을 가진 사람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섞이지 않은 채 살아가는 도시가 되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사하맨션. 그들은 '사하'라고 불렸다. 작가는 맨션에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외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비슷한 상황에 공감이 가면서도 실제 사회는 분명히 다르다고 선을 긋고 싶어 진다. 아직 이 정도는 아니라고.
이 소설이 디스토피아를 말하고 있는가, 현실을 말하고 있는가를 나누는 데에도 의견이 갈렸다. 분명히 극단적인 가상의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좀 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과 겹쳐지는 사건들. 사하맨션 주민들이 무기력해 보인다고 말하는 나는, 무기력하지 않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조남주 작가의 방식이 불편하다고 했다. 세상의 나쁜 면만을 모아 써내어, 읽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고 했다. 작가의 의도가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현실이 희망 가득한 것도 아닌 걸 알지만 이렇게 다 모아 놓으면 불편한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나는 말했다. 그게 다 사실인 것을 어떻게 하냐고. 거짓보다는 사실이 옳다 생각한다고. 그리고 며칠 전 다툼이 소환되었다.
시작은 가벼운 거짓말이었다. 챙겨준 간식을 먹었냐는 내 질문에 그는 맛있었다고 대답했다. 그날 저녁 가방에 그대로 들어있는 간식을 보고 놀라 그에게 물었다. 그는 당황했지만 먹으려다 깜빡했고 사실이 어찌 되었든 맛있다고 했을 거라 했다.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냥 안 먹었다고 말하면 됐을 일인데, 거짓말할 정도의 일도 아닌데. 그는 사소한 일이라 그랬다고 했다. 나의 의욕을 위해 선의의 거짓말을 할 수 있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보통 이 정도 거짓말은 하지 않느냐고 했다. 부주의하게 들킨 건 미안하지만 그렇게 심각한 문제의 거짓말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어떤 의도로 하는 말인지는 알았지만 분한 마음과 화남이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사과는 받아들이기 개운하지 않았다.
사소한 거짓말. 작은 일의 진실을 덮음. 별것도 아닌 일에 왜 거짓말을 하냐는 의견과 별것이 아니니 거짓말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팽팽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소비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우리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나의 질문에 그는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소비되기도, 소비하기도 한다.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런 말을 하자고 모임을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했다. 현실이 모호한 건 알겠지만, 조금 더 분명하게 살기 위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게 아니냐고 내가 말했다.
그는 알겠고 배가 너무 부르니 산책을 가자고 했다. 나는 잔에 남은 마지막 와인을 목구멍 가득 채우고 무엇 하나 분명히 끝내지 못한 채 밤의 골목구멍 속으로 그의 손을 잡고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