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아지트

1월 24일

by 이도

영빈이 생일선물을 당겨 달라고 했다.

보일러 설정 온도를 올리고 부엌에도 틀자는 것이 영빈의 소원. 선물로 그것을 달라고 하니 그래! 올해는 따뜻하게 지내보자는 마음으로 쿨 거래를 했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날 덮치는 훈훈한 공기에 한껏 취해있는 요즘. 생각지도 못했던 공간이 생겼다.


모두 잠든 한 밤 조용히 방을 나와 부엌 냉장고 앞에 기대고 앉으면 은은한 열기가 올라온다. 감자가 자주 앉아 있던걸 눈여겨봤었는데 역시 여기가 제일 따뜻하다. 캐비닛 위 등을 켜고 쿠션을 무릎에 올린 뒤 읽던 책을 펼친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에 바스락 사스락 소리가 더해지니 지금껏 이 공간을 사용하지 못했던 게 억울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책장 넘기는 소리에 잠이 깬 감자가 문을 열고 나와 내 눈길을 끌려고 주변을 서성인다.


늦은 밤 잠깐 생겼다 사라지는 1인 서재 아지트는 겨울 내내 따뜻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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