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영빈이 좋아하는 사촌 형 A 집에 갔다.
A는 자신감 넘치고 흔들리지 않아 강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데, 이 점이 그의 큰 매력이고 단점이다.
A는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대체로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 현재 대한민국에 남녀가 온전히 평등하다고 말한다던가, 내가 기획했던 여성 중심모임을 폐쇄적이라며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면 좀 더 개방적이고 평등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나는 그가 생각하는 평등과 내가 생각하는 평등 사이에 아주 큰 간극을 느꼈다.
나는 오늘 그동안 A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온화한 어른의 표정이었던 그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짙게 깔렸고… 마시고… 그리고… 눈을 떠보니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