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엄마가 외할머니랑 통화를 하면서 실랑이를 하는 거다.
“엄마 나는 평일에 안된다니까.”
“그날이 제일 좋은 날인데.”
“나는 그냥 주말에 담을라고.”
“밤늦게라도 그날 안 되겠나.”
‘날짜가 그렇게 중요한가’하고 생각했던 그날 저녁
마트에 갔는데 제일 잘 보이는 입구 매대에 떡하니 진열되어있는 장 담그는데 필요한 것들.
어떤 일에 그토록 분명한 때가 있다는 게 놀라웠다가, 그 옛날 사람이 정한 ‘때’에는 한치의 융통성도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엄마는 전화를 끊고 할머니가 말한 날과 주말 사이에서 한참 고민했다. 결국 주말로 결정한 것 같았지만 기분은 개운치 않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