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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도 Feb 15. 2022

오늘은 단조

2월 15일

영빈이 말하길 나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샤워할 때 부르는 음률에 따라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기분이 좋은 날은 경쾌한 장조, 별로인 날은 한숨 섞인 단조란다.

오늘은 단조였나 보다. 씻고 나오자마자 괜찮냐고 묻는 영빈.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따뜻하고 무해한 글을 읽고 나니 당장 ‘이런 글을 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깜박이는 검정 커서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었다.

‘여행 에세이를 쓰고 싶은데 최근에 여행 간 적이 없으니까 쓸 이야기가 없는 거야’ 하는 작은 위로를 하고 모임에 참여했는데 나만 좋았던 것이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뇌를 깨끗하게 리셋했고, 메모해 간 글은 몇 시간 전에 쓴 것임에도 이해되지 않아 읽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을 마음에 담은 채 그대로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책에 그은 많은 밑줄 중에 한 부분이다.(p246)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사실은 그저 탄성을 듣기 위해 행해지지는 않는지 싶었다. 그물 없이 그네에서 그네로 뛰는 것도 오로지 탄성을 위해...... 길고 긴 글들도 결국 짧은 탄성을 위해서 쓰이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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