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일
밤새 에어컨을 켜 두었으니 환기를 시키자며 에어컨을 끄고 온 집안 문을 열었다. 아직 더운 열기는 아니지만 미지근한 바람이다. 움직이면 바로 땀이 나겠지만 시원한 맥주 한 모금에 선풍기 아래 가만히 누워있으면 나름 괜찮다. 다만 이대로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
몸을 움직여서 집안일을 하던 책을 읽건 뭔가를 하려면 다시 에어컨을 틀어야 한다. 그런데 문득 드는 생각.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널브러져 안될까. 이 여름이 끝나고 우리 집에 선선한 바람이 불 때까지.'
유럽 영화를 보면 바캉스 기간에 산골이나 바닷가 마을에서 계절을 보내곤 한다. 더운 볕 아래에서 일광욕이나 수영을 하고 그늘에서 낮잠을 자고 늦은 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 책을 읽는다.
숨 막히게 더운 날씨. 굳이 에어컨을 틀고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능한 만큼 움직이고 필요한 만큼 쉬는 에어컨 없는 사치스러운 생활. 그런 생활을 꿈꾸다가 일어나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나는 청소와 빨래를 하고 그림을 그려서 밀린 일기도 쓰고 감자 화장실도 치워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