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오고 그래서 이발

7월 11일

by 이도

"또 비가 오네."

조용한 가게 안에 울리는 빗소리에 엄마가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이번 주 내내 비가 왔다가 해가 떴다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였다. 머리카락 성질이 비슷한 우리는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부쉬쉬해진 머리를 만졌다.

"너 머리끝이 많이 상했는데, 잘라야겠다."

"알아, 근데 미용실 가는 거 너무 귀찮아."

"내가 잘라줄까?"

"엄마가?"

엄마는 벌써 손가락 빗으로 잘라낼 부분을 가늠하고 있었다.

"네 머리카락이 길어서 균형만 얼추 맞으면 괜찮을 거야. 망치면 커트비 줄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엄마가 머리를 땋아줄 때에나 고데기로 머리카락을 태워먹을 때. 오늘처럼 가위를 들이밀 때에도 못 이기는 척 엄마 손에 내 머리를 맡긴다. 내가 엄마 손길을 원했던 어린 시절. 엄마는 의, 식, 주를 해결하느라 머리를 땋아주거나 만져줄 시간이 없었다. 그 일이 내게만 아쉬운 기억으로 남아있는 게 아니라는 걸 성인이 되어 엄마와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알았다.

손님에게 꽃다발을 건네다가 거울 속 말도 안 되는 양갈래 머리의 내 모습에 얼굴이 빨개지고, 엄마가 정성을 들일 수록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가만히 앉는다. 그러면 31살 이도가 아닌 9살 이도현이 된다.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


서걱서걱 가위질 소리에 정신을 차리니 쓰레받기에 담긴 머리카락이 예상보다 수북했다.



제목_없는_아트워크.jpeg


매거진의 이전글살아서도 죽어서도 자기만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