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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10. 2020

수면 DIY, 나에게 맞는 수면 시간 찾기

나는 몇 시간을 자야 할까?

사당오락(四當五落)

 사당오락은 사당역에서 오락을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면 믿는 사람이 열에 서너 명은 되지 않을까?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인싸’들은 사용하지 않는 낡은 단어이기 때문이다. 사실 사당오락이라는 말은 1980년 무렵에 만들어진 신조어다. 하루에 네 시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에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의미를 가진 가짜 사자성어다.


조금 잘수록 공부 잘 한다?


 지금은 수학능력시험이라는 시험이 있지만 1982년부터 1993년까지는 대학 입학 학력고사를 봤다. 지금과는 달리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심플한 전형을 사용하던 시기였다. 지금처럼 엄청난 종류의 대입 전형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시절에는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과 학력고사 점수, 이 두 가지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 사실 상 공부 좀 한다는 학생들은 다들 내신 점수가 좋았기 때문에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은 학력고사 점수였다. 그런데 이 학력고사 문제들은 대부분 암기 위주의 객관식 문제들이었다.



 네 가지나 다섯 가지 보기 중에서 하나를 골라내는 객관식 문제를 잘 푸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주 보면 된다. 암기란 그런 것이다. 똑똑한 놈보다 많이 본 놈이 유리하다. 반복해서 볼수록 기억해내기 쉬워진다. 결국 잠을 줄여가며 공부시간을 늘려간 이들 중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이 나왔을 것이다. 그러면서 사당오락이라는 단어가 전국의 고등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져나가게 되었던 게 아닐까? 사당오락이 너무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가 되다보니 나중에는 ‘삼당사락’으로 변형된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여하튼 그 시절 고등학생들에게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것은 하나의 미덕으로 통용되었다.



 적게 자고 공부하면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비슷한 게 하나 더 있다.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자신의 일에 온전히 매진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출처 : pixabay


열심히 '조금' 자는 위인들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위인들 중에서도 잠을 조금 자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이들이 있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은 하루에 네 이상 잠을 자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하다. 수면은 일종의 습관과 같은 것이기에 많은 일을 해내고 남들보다 성공하고 싶다면 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잠을 사치로 생각했던 대표적인 위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에디슨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영국인들의 영웅이었던 윈스턴 처칠도 잠을 적게 잤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저녁에는 거의 잠을 자지 않고 낮에만 서너 시간 정도의 쪽잠을 잤다고 한다. 이렇게 잠을 조금 잤기에 그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업무를 볼 수 있는 절대 시간을 늘릴 수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기가 조금 잔다는 사실을 자랑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종의 ‘잠 허세’라고 할까? 그는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잠을 적게 자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3조원이 넘는 자산을 가진 부동산 재벌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밤잠을 줄여가며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써 해결해야하는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보통 서너 시간만 자며, 바쁠 때는 거의 잠을 자지 않을 때도 있다.”는 이야기를 미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하루에 9시간 이상 자는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어떻게 4시간을 자고도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하다. 수면과학자들은 에디슨, 윈스턴 처칠, 도널드 트럼프처럼 하루에 4시간만 자고도 문제없이 일상생활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숏 슬리퍼(short sleeper)’, ‘엘리트 슬리퍼(elite sleeper)’라 부른다. 8시간 정도 잠을 자는 보통의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간이 16시간 정도라면, 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은 20시간이다. 다른 사람들보다 4시간이라는 시간을 더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하루는 24시간이 아니라 28시간인 셈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시간적인 부분에서 비교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숏 슬리퍼’들처럼 적게 자고 많이 일하는 것이 역시 성공의 비법이었던 것일까?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잠을 줄이는 것 말고는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도 내일부터 ‘롱 슬리퍼(long sleeper)’에서 벗어나 도널드 트럼프처럼 네 시간만 자면서 살아보는 게 어떨까? 에디슨처럼 잠은 사치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숏 슬리퍼’로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출처 : pixabay


 미국국립수면재단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숏 슬리퍼는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잠이 많고 적은 것은 태생적으로 결정되어지는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조금 자는 사람과 많이 자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수면과학자들은 숏 슬리퍼는 전체 인구의 5% 정도에 해당하는 소수일 뿐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잠을 충분하게 자는 것이 건강에 더 이롭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열 시간, 열두 시간. 이렇게 충분하게 많이 잘수록 건강해지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 사람들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지닌 성향이 다르듯 적절한 수면 시간도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무조건 많이 자는 게 좋다는 게 아니다. 나에게 알맞은 적당한 만큼을 자는 게 가장 좋다. 수면 시간은 “당신은 여섯 시간만 자야 합니다.”나 “30대들은 여덟 시간 이상은 자야해요.”처럼 정해지는 게 아니다. Do it yourself!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yourself), 나에게 맞는 수면의 양을 찾아야 한다. 수면 시간은 내 몸에 맞는 청바지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각자의 체형에 맞는 청바지의 핏이 다르듯 나에게 맞는 수면의 양도 다르다. 



수면 DIY, 내 몸에 맞는 수면 시간 찾기


 나에게 적당한 수면의 양은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7시간에서 9시간을 수면 권장량으로 추천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추천일 뿐이다. 사람마다 필요로 하는 적정 수면 양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9시간은 자야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있고, 6시간으로도 충분한 사람이 있다. 나에게 얼마 정도의 잠이 필요한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출처 : pixabay


 방법은 간단하다. 실제로 수면 시간을 바꿔가며 나 자신으로 임상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처음 일주일간은 여섯 시간을 자본다. 그 다음 자신의 피로함이나 졸린 정도를 시간대별로 측정해본다. 가장 간단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3점 만점으로 점수를 줘보는 것이다. (3점: 매우 피로, 2점: 약간 피로, 1점: 정상) 다음과 같은 다섯 시점에서 피로함이나 졸림의 정도를 확인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일어난 직후 
점심 식사 한 시간 전 
점심 식사 한 시간 후 
저녁 식사 한 시간 전 
저녁 식사 한 시간 후



 일주일간 기록해뒀던 평균 점수가 높다면(피로함을 자주 느꼈다면) 다음 일주일 동안에는 수면 시간을 한 시간 늘려 일곱 시간을 자본다. 측정 방식은 전 주와 동일하다. 만약 전 주에 비해 평균 점수가 낮아졌다면(피로함을 자주 느끼지 않았다면) 일곱 시간이 나에게 더 맞는 수면 시간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여덟 시간, 아홉 시간으로 수면 시간을 늘려가며 나의 몸의 변화에 집중해본다. 그러다보면 나에게 적합한 적정 수면시간을 찾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 몸에 가장 적합한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으로 알람시계를 권한다. 알람시계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이라는 것이다. 자, 그럼 전문가들의 권유에 따라본다고 상상해보자. 오늘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스마트폰 알람을 해제하자. 그럼 내일 아침 몇 시에 눈을 뜨게 될까? 상상하고 싶지 않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어디까지나 조언일 뿐이다.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알람은 꼭 맞춰두고 잠 들자. 대신, 내 몸에 맞는 수면 시간만큼 잔다는 것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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