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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18. 2020

자고 일어난 뒤,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이것

일어나자마자 0000 보기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매일 아침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있다. 이것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내 옆을 껌딱지처럼 붙어 다닌다. 그러면서 우리가 잠자는 동안에는 ‘언제 다시 나에게 돌아오지?’를 생각하며 우리를 기다린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들의 영원한 친구, 스마트폰이다.


밤새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스마트폰이 주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 일정 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 어플리케이션 오른쪽 상단에 새로운 소식들을 알려주는 업데이트 소식이 뜬다. 맞다. 숫자가 들어있는 빨간 동그라미다. 지금 바로 스마트폰을 열어 확인해보자. Youtube에도, Facebook에도, 네이버에도, 다음 카페에도, 카카오톡에도 있는 바로 그 빨간 동그라미. 그게 바로 스마트폰이 주인인 나를 다시 찾아주기를 기다렸다는 증거다.



 잠자는 동안 스마트폰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스마트폰은 그 시간동안 우리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새로운 소식을 업데이트해 빨갛게 표시해두는 것이다. 자고 일어난 뒤, 스마트폰을 확인해보면 수많은 어플리케이션에 새로운 알람이 떠있다. 이 빨간 동그라미를 보면 온몸에 뻗어 있는 말초 신경에서 이렇게 명령한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하지 않아?
어서 눌러봐 눌러! 

 스마트폰이 나에게 던지는 이 유혹을 뿌리칠 사람은 세상에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자고 일어난 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밤 동안 업데이트 된 내용을 확인한다. 


 구독과 알림설정을 해두었던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새로운 영상을 업로드 했다는 알림, 친구 신청을 해두었던 페이스북 지인이 올린 신문 기사, 100명이 넘게 들어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오고갔던 일상적인 이야기,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 하던 대표가 업로드한 유기농 음료에 대한 광고까지.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소재들이긴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내용들이 단순히 ‘새 소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스마트폰 속에 표시된 업데이트 소식은 두세 개였지만 그 내용 속에 담긴 링크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그 속에는 또 다른 수십, 수백 가지의 글과 사진, 정보들이 링크되어 있다. 결국 어떤 어플리케이션이든지 하나를 누르는 순간, 나의 5분, 10분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것 눌렀다가 저것 누르기를 반복하다 보면 ‘세월이 유수 같다.’라는 선인들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판도라의 상자, 스마트폰


출처 : flickr


 새벽 시간에는 밖이 어둡다. 그리고 조용하다. 가족들도 다들 자고 있다. 누군가에게 메시지나 전화가 오지도 않는다. 고로 나를 방해하는 사람도 없다. 스마트폰에 몰입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것이다.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부터 열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절대 열어보지 말아야 할 것’이 판도라의 상자라면 자고 일어난 뒤, 절대 열어보지 않아야 하는 것은 스마트폰이다. 


판도라의 상자 = 자고 일어난 뒤, 스마트폰


 명심하자, 고요한 새벽 시간 스마트폰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새벽 시간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그런 분들에게 나는 이렇게 조언한다. “더 하려고 하지 말고, 하고 있는 것 중에서 뺄 것을 찾아보세요.”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에 뜬 새 소식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빼야 할 첫 번째 불순물이다. 그때 확인하지 않아도 나중에 볼 시간은 충분하다.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 갈 때,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처럼 의외로 우리들에게는 이용할 수 있는 자투리 시간들이 많다. 굳이 가장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새벽 시간에 친구가 올린 인스타그램 피드에 ‘좋아요’를 누를 필요는 없다. 블로그나 카페에 어떤 내용들이 업데이트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지금 나에게 그렇게 필요한 일이 아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것들에 주의를 빼앗기지 말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 아침을 똑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니 자고 일어 난 뒤, 절대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그 시간만큼은 의도적으로 디지털 기기들과 거리를 두며 고독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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