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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r 23. 2020

마의 F코드를 잡을 수 있었던 까닭

급하면 체한다 서서히 변해도 괜찮다.

통기타라고 불리는 어쿠스틱 기타를 배워본 적 있는가?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라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의 ‘I’m yours’라는 곡이 한국에서 인기를 끌며 한 때 어쿠스틱 기타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20, 30대 다섯 명 중 두 명은 새로운 취미로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있었을 정도로 그 당시 어쿠스틱 기타의 인기는 대단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팀을 만들어 실용음악학원이나 어쿠스틱기타 학원에 등록했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한 사람들의 80%는 중간에 포기하게 된다. 그 이유는 ‘마의 F 코드’를 잡기 못하기 때문이다.


마의 F 코드


기타연주에서 F 코드를 잡으려면 왼쪽 집게손가락을 이용해서 여섯 개의 기타 줄을 모두 다 눌러줘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집게손가락을 사용하는 경우는 보통 이 두 가지뿐이다. 컴퓨터 자판 누르기와 “저 사람 맞아?”라며 다른 사람 가리키기. 집게손가락으로 단단한 여섯 개의 쇠줄을 눌러본 경험을 기타를 배우기 전에 미리 해봤던 사람은 0에 수렴한다고 보면 된다. 어쿠스틱기타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이 기타 줄이 의외로 단단하다. 그래서 집게손가락으로 여섯 개의 기타 줄을 모두 누르려고 하면 상당한 고통을 참아내야만 한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F 코드를 잡지 못해 기타 강습에서 중도 하차 한다. 그렇기 때문에 F 코드 앞에 ‘마의’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포기해버리는 것은 아니다. 이 과정을 견뎌내며 ‘마의 F 코드’를 잡는데 성공하는 사람들이 열에 셋 정도는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있게 되었을까? 그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처음에는 잘 안 됐는데, 그냥 언젠가는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조금씩 잡는 연습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잡을 수 있게 되었어요.” 



초보자가 처음부터 F 코드를 잡는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아직 집게손가락에 근육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근육이 생기는 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 빨리 기타 고수가 되어야지.”라는 의지만으로 없던 근육이 바로 생기진 않는다. 가령 F 코드를 잡는데 100이라는 근육이 필요하다면 일주일 동안 연습하면 20이 쌓이고, 다음 일주일 연습에 다시 20이 쌓인다. 이렇게 경험치가 조금씩 쌓이면 어느새 내 집게손가락이 적응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어 90 정도의 경험치가 쌓이게 되면 F 코드를 잡는 건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기타를 배우는 것과 똑같다. “하루 빨리 기타 고수가 되어야지.”라는 의지가 F 코드를 잡을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듯이 “내일부터는 무조건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야지.”라는 의지가 아침 다섯 시 기상을 직접 연결되진 않는다. 집게손가락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처럼 조금 조금씩 내 생체 리듬을 단련시켜 나가야 한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하루를 만들기 위해 내가 사용했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욕심 부리지 않고 일찍 일어나는 방법


 1. 첫 번째 일주일에는 30분만 당긴다.

 - 평소 7시에 일어난다면 6시 30분에 일어나는 것으로 수면패턴을 조절한다. 물론 잠자는 시각 또한 30분을 당겨야 한다. 

 2. 두 번째 일주일에도 30분만 당긴다.

 - 첫 번째 주에 30분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했다면 다시 30분을 당겨 여섯 시에 일어난다. 이 과정을 다시 일주간 반복한다. 

 3. 토요일, 일요일도 예외가 될 순 없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난다. 

 4. 이 과정을 반복하며 원하는 시간대로 기상 시간을 조절한다.





수면과학자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생체 리듬 주기에 부담을 주지 않고 변화를 줄 수 있는 수면의 폭은 30분 내외라고 한다. 즉, 한 번에 30분 이상 수면 시간에 변화를 줘버리면 어떤 식으로든 리듬이 깨져버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일찍 일어나는 게 아니다. 우리 몸의 리듬 자체를 새벽 시간으로 앞당기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스케일이 큰 총체적인 몸의 변화인 것이다. 거사를 하루아침에 끝마쳐버릴 순 없다.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추진해가야 한다.



급하면 체한다. 서서히 변화하자. 느리더라도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시도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삼십 분만 일찍 일어나는 거라면 충분히 해 볼법한 목표 아닐까? 두 시간도 한 시간도 아닌 딱 삼십 분이다. 삼십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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