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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pr 03. 2020

롱런하는 비결, 디로딩

오래 가려면 디로딩이 필요하다




사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일어나진다. 한 번 습관으로 몸에 배게 되면 “내일은 꼭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야지.”와 같은 다짐 같은 건 없어도 된다. 애쓰지 않아도 그냥 눈이 떠진다. 문제는 습관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있다. 그때는 어느 정도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과정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너져 버린다.


 “아, 오늘은 아침 기상 실패입니다. 여섯 시에 눈이 떠졌어요.”

 “어제 근육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일곱 시에 일어났어요.”

 “친구들 만나고 1시 넘게 들어와서 오늘은 ‘모닝러’가 아니라 ‘늦잠러’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쉬었다가도 괜찮아요.” 다시 가면 되니까. 








디로딩이 필요하다


디로딩(deloading)이란 ‘운동 강도를 낮추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예를 들어 벤치프레스 150kg을 목표로 운동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150kg의 벤치프레스를 들어올리기 위해서는 140kg 이상의 무게를 드는 연습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140kg을 매일 반복해서 들면 언젠가는 150kg을 들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물론 가능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 중 상당수는 몸에 과부하가 걸려 120kg도 못 들게 되어버린다고 한다. 꾸준하게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수준보다 기량이 떨어져버리는 것이다.


운동 전문가들은 이럴 때 디로딩을 권한다. 운동 강도를 평소의 50%-70%로 낮추는 것이다. 140kg으로 연습하던 걸 80kg~100kg으로 낮추거나 주 4회의 운동 시간을 주 1, 2회로 줄이는 것, 이게 바로 디로딩이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조금 쉬었다가는 것, 쉬엄쉬엄하는 것이다.





더 높은 중량을 들기 위해서 디로딩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140kg으로 매일 연습해도 150kg을 들까 말까한데 이렇게 쉬엄쉬엄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까?”


충분히 이해된다. 목표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마음이 급하니까.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렇게 운동 강도를 낮추는 시간을 1주에서 2주정도 갖게 되면 오히려 기량이 상승한다고 한다. 우리 몸의 근섬유들이 휴식의 시간을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정기간 동안의 휴식기가 전보다 향상된 근력과 근육량을 만들어 준다. 다시 말해, 디로딩의 시간이 나를 더 강해지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나를 더 강해지게 만들어주는 디로딩이라는 개념을 운동에서만 사용할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인생의 다른 분야로 확장시켜 사용할 수 있다. 자신의 삶에서 디로딩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가 있다. 바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빌게이츠다. 빌게이츠는 일 년에 두 번씩 자신의 별장으로 들어가 일주일간 생각주간(Think week)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어줬던 중요한 결정들은 대부분 이 생각주간을 통해 정해진 것들이라고 한다. 빌게이츠는 일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창의적인 생각들을 뿜어낸다. 나는 그게 생각주간을 통해 충분히 숙고하며 삶의 밑그림을 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빌게이츠가 롱런할 수 있는 건 디로딩 때문이 아닐까?




생각 주간이 아니라 ‘생각의 해’(Think year)를 계획한 사람도 있다. 가수 윤종신씨다. 그는 데뷔 30주년을 맞이해 미국에서 생활하며 곡 작업을 하는 이방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무리 없이 활동하고 있는데도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오래 지속하기 위해 찾은 나름대로의 해법이 아닐까? 왠지 2020년에 10주년을 맞이한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가 2030년에 20주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내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그건 이방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생각의 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쉬었다가도 괜찮다


사실 학생, 직장인, 주부들이 매일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모닝 루틴을 반복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학생들은 주변 친구들이 전부 야행성이고 저녁 약속이 많아서 힘들다. 직장인들은 야근이나 회식이 많아서 힘들다. 주부들은 아이들이 잠 들어야만 나도 잘 수 있기 때문에 힘들다. 다들 실천으로 옮기기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이런 상황들로 인해 프로젝트 중간에 ‘모닝러’로서의 삶을 멈춰버리는 사람들을 자주 봤다. 그 사람들 중 상당수는 이렇게 말했다.



아침형 인간으로 산다는 거


 저와 잘 안 맞네요. 포기하겠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이렇게 묻는다. “오늘 아침에는 몇 시에 일어나셨나요?” 그러면 다섯 시 반, 여섯 시, 여섯 시 반, 일곱 시.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그러면 다시 이렇게 말한다. “괜찮은 것 같은데요? 내일도 오늘이랑 비슷하게 일어나보세요. 매일 다섯 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면 한 주 정도 쉬엄쉬엄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일어나보시는 건 어때요?”



신기하게도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며칠 간 자신의 호흡에 맞춰서 일어나더니 일주일 정도 뒤에는 다시 새벽 다섯 시 기상으로 삶의 패턴을 되돌렸다. 그리고 이 패턴을 습관으로 만들어냈다. 나는 그게 그들 나름의 디로딩이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쉬엄쉬엄하다보니까 다시 하고 싶다,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에너지가 충전된 것이다. 휴식의 시간을 가진 근섬유들이 더 튼튼한 근육이 되었던 것과 같은 원리다. 


삶의 패턴을 바꾸겠다는 목표를 하루아침에 이루긴 어렵다. 다만 중간 중간 쉬어가는 디로딩의 시간이 있다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다. 오래 가려면 쉬었다가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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