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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pr 10. 2020

30분 일찍 눈이 떠졌다.

일어날까 말까 할 때는 일어나라.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에 나오는 명대사다. 햄릿이 추파를 던졌던 미모의 여인 오필리어 앞에서 자신의 답답한 심경을 털어놓을 때 했던 대사 중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이다. 그래서인지 『햄릿』을 읽거나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햄릿만큼은 아니겠지만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모닝러’들에게도 결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바로 그만 자느냐 더 자느냐의 문제다. 


그만 자느냐 더 자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어날까, 좀 더 잘까


새벽에 일어나는 걸 이 주 이상 반복하게 되면 생체 리듬이 변화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알람 소리가 울리지 않았는데도 눈이 떠지는 날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물론 알람 맞춰둔 시각이 다섯 시인데 두 시에 눈이 떠졌다면 다시 자면 된다. 그런 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계획했던 시간보다 30분 먼저 눈이 떠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날에는 두 가지 선택지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를 두고 망설이게 된다.


선택지 A - 바로 일어난다.

선택지 B - 더 잤다가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난다.


‘모닝 러너’를 운영하며 알게 되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매일 아침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어떤 선택지를 고르는 게 현명한 방법일까? 그 전에 내가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적어뒀던 일기를 소개해볼까 한다. 


▶ 선택지 A 바로 일어난 날


알람은 다섯 시로 맞춰 뒀는데 네 시 삼십 분에 눈이 떠졌다. 그만 자고 일어나기로 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더 잘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려버린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손해 보는 것 같다고 할까?


머릿속에 ‘평소 보다 30분을 못 잔 날이네.’라는 생각이 둥둥 떠다녀서 그런지 오후가 되니 어제보다 피곤한 것 같았다. 30분 일찍 일어났으니 오늘은 30분 일찍 자야 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30분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잠 들면서 생각했다. ‘역시 사람은 규칙적으로 살아야해. 정해진 시간에 자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어나는 게 최고지. 내일은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야겠다.’




▶ 선택지 B 더 잤다가 알람에 맞춰 일어난 날


네 시 삼심 분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이제 나도 진정한 아침형 인간이 된 것 같다는 뿌듯함이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왔다. 그런데 당장 일어나고 싶진 않았다. 나만의 힐링 타임인 30분을 스스로 빼앗고 싶진 않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잠은 안 들고 머릿속에서 자꾸 다른 생각들이 났다. 그냥 일어날까 했지만 의식이 있더라도 눈만 감고 있으면 가수면 상태가 되어 피로회복에 좋다고 말하던 TV 속 수면전문의의 얼굴이 떠올랐다. 다시 눈을 감았다. 오늘 아침에 해야 할 일들이 떠올랐다. 저녁에 만나는 친구와 가려고 생각해뒀던 식당 리스트들이 머릿속에서 돌아다녔다. 어느새 30분이 지나 알람 소리가 들렸다. 알람을 끄면서 생각했다. ‘이건 잔 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다.’ 오히려 30분 일찍 일어났을 때보다 더 피곤한 것 같았다. 이렇게 비몽사몽으로 30분을 보낼 바에야 처음 눈이 떠졌을 때 일어났다면 30분 일찍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개의 일기를 다시 읽어보면서 나는 나만의 기준을 확실하게 정했다. 


30분 일찍 눈이 떠졌다면 바로 일어난다.

이 주장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다녔더니 다른 ‘모닝러’들이 이렇게 물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근거는 있나요?” 사실 딱히 근거는 없었다. 학문적인 근거 없이 내 머릿속 뇌세포들만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뇌 피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수면 사이클’(sleep cycle)'이라는 개념을 수면과학자자들의 기사문과 저널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의 ‘뇌 피셜’에 설득력을 실어줄 근거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수면 사이클만 맞추면 

덜 자도 피곤하지 않다. 


신경과학자이자 수면연구자인 매슈워커의 『우리는 왜 잠을 자는가』(원제:why we sleep)이라는 책에 수면에 주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시카고 대학의 너새니얼 클라이트먼 교수와 유진 애서린스키 교수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눈 운동과 뇌파의 활성화 정도를 관찰하며 눈 운동이 일어날 때(렘수면 상태)와 눈 운동이 일어나지 않을 때(비렘수면)가 반복된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그 뒤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수면 사이클이 90분에서 120분 사이의 주기를 반복하며 진행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하나의 주기를 90분로 가정했을 때 여섯 시간을 잘 경우, 주기가 네 번 반복되는 것이다. 물론 수면 시간이 7시간, 8시간으로 늘어나면 주기가 다섯 번이 되기도 한다.  





하나의 주기마다 총 다섯 개의 단계가 있다. 하나의 렘(REM)수면 단계와 네 개의 비렘(NREM) 수면 단계다. 렘수면 단계에서는 잠은 들었지만 뇌는 깨어있는 상태다. 비렘수면 1-2 단계는 얕은 수면의 단계다. 1단계와 2단계를 지나며 우리의 몸과 뇌는 이완되기 시작한다. 3-4 단계로 넘어가면 뇌가 완전한 휴식을 취하게 된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곯아떨어진 상태가 4단계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잠자는 동안 렘수면부터 시작해 1, 2, 3, 4단계의 비렘수면 상태를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 하게 된다. 즉, 얕은 잠과 깊은 잠이 반복되는 것이다. 


렘수면-비렘수면-렘수면의 반복

램수면-가벼운 잠-깊은 잠-가벼운 잠-램수면의 반복


예루살렘 공과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가 완전히 잠들지 않고 활성화되어 있는 비렘수면 1-2단계에서 잠을 깨야 좋은 컨디션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고 한다. 깊은 잠에 빠진 3-4단계에서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잠을 깨우게 되면 신체의 리듬을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피로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밝혔다. 


알람 소리를 듣지 않고 저절로 눈이 떠졌다는 것은 나의 수면 주기가 REM 수면이나 얕은 수면인 1-2단계에 해당했다는 뜻이다. (3-4단계일 때는 매우 깊이 잠 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깨어난다는 게 불가능 할 테니) 그런데 이 상태에서 다시 잠들게 되면 3-4단계의 깊은 수면에 빠져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몸과 뇌가 다시 이완되며 잘 준비를 하려던 찰나에 알람 소리를 들으면 어떻게 될까? 위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의 몸은 다시 잠잘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강제로 깨우게 되면 더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더 잔 게 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물론 여기까지의 생각은 학계에서 인정받지 않은 지극히 개인적인 추론이다. 과학적인 정당성이 부족하다는데 손모가지를 건다. 하지만 모닝러들을 설득해 그들을 30분 일찍 일어나게 만드는 데는 효과적이었다. 신기하게도 나의 ‘뇌 피셜’에 수긍했던 사람들은 이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고, 더 이상 침대에서 뭉그적거리지 않게 되었다. 역시 사짜가 무섭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인터넷상에서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장 최종훈 교수의 인생 교훈이다. ‘모닝 러너’들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덧붙여서 사용하고 있다. 






일어날까 말까 할 때는 일어나라.






Reference

수면 사이클 잘 파악하면 덜 자도 개운

수면 사이클 파악하면 45분 덜 자도 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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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edoodt/26

https://brunch.co.kr/@edood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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