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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Apr 28. 2020

에르메스 버킨백, 돈이 있어도 못 사는 이유

처음 먹었던 마음을 지켜간다는 것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의 부인 연교 역할을 맡았던 배우 조여정이 들고 있던 가방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기생충 아카데미 작품상의 연관 검색어로 ‘기생충 조여정 가방’이 뜨기도 했고요.


운전 기사였던 기택(송강호)과 함께 장을 보는 장면에서 가방 하나가 슬쩍 보였는데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브랜드의 대표적인 모델이었습니다.




     


그 장면에서 등장했던 가방은 바로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es)의 버킨백이(Birkin bag)었죠. 버킨백은 세계적인 셀럽들이 자주 사용하기도 하고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일종의 부의 상징으로 통합니다. 기본적인 모델도 1500만 원이 넘고 프리미엄 모델은 무려 1억 원에 달한다는 그 에르메스 버킨백이 연교의 드레스 룸에는 줄지어 진열되어있었습니다. 영화 기생충 속 연교라는 인물이 가진 재력의 규모를 자연스럽게 보여주었던 봉준호 감독의 디테일한 소품배치였죠.








에르메스 버킨백



Hermès Birkin bags
Celebrities with hermes birkin bag
Hermès Birkin bags


그런데 실제 에르메스 버킨백은 1500만 원을 가지고 에르메스 매장에 가더라도 구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다는 것이죠. 물론 저는 에르메스 매장에 들어가 본적도 없기 때문에 확실한 정보를 알긴 어렵습니다만 소문에 의하면 가방을 제외한 옷, 그릇, 쥬얼리, 패션 소품들에 대한 구매실적이 5천 만 원이 넘어야만 가방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물론 이런 조건들이 충족된다고 해서 바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몇 달에서 몇 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합니다. 또 다른 정보에 의하면 에르메스 측에서 자체적으로 고객들을 선정해서 물건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을이고 에르메스가 갑인 럭셔리 마케팅을 해도 에르메스는 팔린다는 말이죠.


정말 다행이네요. 에르메스 버킨백 하나 사볼까 했더니 저에게는 에르메스가 기회도 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1500만원 아꼈습니다. 하마터면 살 뻔 했네요.






루이비통, 샤넬, 입생로랑, 까르띠에, 디올, 발렌시아가 … 프랑스에는 여러 가지 명품 브랜드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힙니다.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는 어떻게 해서 명품 중의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걸까요?    

  


Hermès Birkin bags


Hermès Birkin bags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에르메스의 제품들     


에르메스라는 브랜드는 1837년 티에리 에르메스(Thierry hermes)가 설립한 브랜드입니다. 브랜드가 만들어진지 190년 정도가 흘렀으니 유서 깊은 브랜드라고 할 수 있죠. 사실 이 브랜드는 처음부터 지금처럼 패션 용품을 팔 던 곳은 아니었습니다. 말안장이나 마구 용품을 파는 곳으로 시작했죠. 그래서 에르메스의 로고를 보면 마차를 모는 사람과 말이 있는 것입니다.

  

1800년대에는 어떤 사람들이 말을 탔을까요?


아마 평범한 시민들은 말을 타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귀족들이 승마라는 스포츠를 주로 즐겼습니다. 승마를 즐기던 왕족, 귀족들 사이에서 에르메스의 소품들이 품질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티에리 에르메스의 사업은 확장되게 됩니다. 또 그는 시대의 변화에도 잘 적응했습니다. 교통수단이 변화되는 것을 잘 캐치해서 귀족들이 여행할 때 필요한 소품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죠. 고가의 여행 가방이나 여행과 관련된 가죽 소품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에 에르메스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진출처 : flickr


Thierry hermes


그런데 에르메스가 명품 중의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초심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다르게 에르메스는 아직까지도 현지에서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라는 전통 수공 박음질 방식으로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가죽 제품에서 가장 중요한 디테일은 박음질이 아닐까요? 그런 점에서 에르메스의 새들 스티치는 에르메스의 정체성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무나 이 기술을 구현해낼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수개월에서 수년을 연마한 프랑스의 전문가들의 손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로 새들 스티치입니다.


에르메스와는 달리 많은 수의 명품 브랜드들은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기본적인 제작은 중국과 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국가에 맡깁니다.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나 로고 스탬핑을 자신의 국가에서 한 다음 ‘Made in Paris’, ‘Made in Italy’를 붙이죠. 이런 방식으로 생산해서는 제품들의 품질이나 내구성이 좋기 어렵습니다. 또는 처음에는 100% 수작업 제품으로 출발했지만 주문수량이 늘어나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 처음에 세웠던 수작업이라는 원칙을 변경하는 기업들도 많습니다.


사진출처 : pxfuel


하지만 에르메스는 다릅니다. 무려 20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에르메스는 여전히 브랜드가 만들어졌던 1837년의 그 때 그 초심을 유지하며 수작업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수량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장인들이 만들어내야만 살 수 있기 때문이죠. 대신 제품 자체의 퀄리티는 확실합니다. 가방 수선이 필요하면 내 가방을 만들었던 장인이 직접 그때 사용했던 가죽과 똑같은 가죽을 이용해서 고쳐줍니다. 이런 게 바로 진짜 명품다운 마인드 아닐까요? 에르메스 가방이 아닌 에르메스 버킨백은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그것이 전부다     


초심은 처음에 먹은 마음입니다. 어떤 브랜드든 처음에는 원대한 꿈과 비전을 가지고 출발합니다. 하지만 막상 진행되다 보면 지키기 어려운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들이 피어나죠.


이런 것까지 꼭 지켜야 되나?

‘이런 것까지 꼭 지켜야 되나?’, ‘이걸 지키려면 지금 내가 손해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데?’, ‘처음 마음먹었던 대로 하려면 내 시간이랑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런 생각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다 보면 초심은 점점 희미해지기 시작합니다. 나중에는 보이지 않거나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요.


사진출처 : pxfuel


하지만 에르메스와 같은 명품 중의 명품이 되기 위해서는 초심을 지켜가야 합니다. 만약 에르메스가 중간에 더 많은 수익을 탐내 ‘전문가들의 수작업’이라는 초심을 버렸더라면 지금의 에르메스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명품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지는 못했을 겁니다. 고객들을 골라서 물건을 판매하는 럭셔리 마켓팅도 당연히 불가능했겠지요. 초심을 지켜왔기 때문에 자신들만의 프라이드와 브랜드 가치가 생겨난 것입니다.


사실 초심을 지켜나간다는 것은 불편하고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생각했던 마음가짐이나 철학을 잃지 않고 진행해 간다면 어느새 내 브랜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있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가 에르메스를 통해 배워야하는 브랜딩의 기술입니다. 돈이 있어도 아무나 살 수 없는 브랜드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아, 물론 저는 아직 돈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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