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
“내일부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지.”라고 다짐하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일찍 일어나고 싶지만 내 눈꺼풀은 나에게 그리 협조적이지 않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데 이번 생애에서 내가 잡을 수 있는 벌레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생산적인 하루를 열어가기 위한 첫 번째 단추는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지에 따르면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위인들 중 28%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새벽 4시 30분,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는 새벽 5시, 인드라 누이 펩시 CEO는 새벽 4시. 이외에도 많은 유명 인사들은 자신의 성공 요인으로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을 꼽는다.
물론 무조건 일찍 일어나는 것이 마냥 좋다는 게 아니다. ‘새벽형’ 스타일이 아닌 ‘올빼미형’ 사람들도 많다. 다만 탁월한 생산성을 가진 사람들의 상당수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일찍 일어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세상 모든 일처럼 말이 쉽지 행동은 어렵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에 실패하는 이유를 네 가지로 정리해봤다.
세계적인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matthew walker)는 그의 책 『Why we sleep』에서 하루에 적어도 7시간에서 8시간 정도는 자야한다고 말한다. 그래야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균 7시간을 잔다고 가정했을 때 새벽 5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10시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애플의 CEO인 팀 쿡처럼 30분 더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수면을 시작하는 시간 또한 30분 당겨야 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사실 ‘10시부터 자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바로 10시에 곯아떨어지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될까? 운동에 준비 운동이 필요하듯 잠자기에도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목적으로 하는 시간보다 15분 정도는 일찍 잠자리에 누워있어야만 그 시간부터 잠들 수 있다. 즉,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저녁 9시 45분 이전에는 잠자리에 누워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에게 하나 묻겠다. “어젯밤에는 몇 시에 잠자리에 드셨나요?” 만약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면 일찍 일어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절약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처럼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일찍 자는 게 당연한 옵션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12시 이후에 잔다. 그러면서 “나도 일찍 일어나서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싶은데.”라고 말한다. 그때 자서는 그 누구도 일찍 일어나기 어렵다.
우리 몸에는 생체 시계(body clock)라는 게 있다. 이 생체 시계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의 신체 리듬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아침이 되면 눈이 떠지고 밤이 되면 잠이 오는 당연한 몸의 리듬도 모두 이 생체 시계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다.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 또한 우리 몸 속 생체 시계 속에 그 데이터가 저장되어 있다. 알람을 맞춰 놓지 않았는데도 평소 일어나던 시간에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된 경험을 한 번씩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것 또한 주기성(週期性)을 가진 생체 시계 때문이다.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생체 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이유는 삶이 일정하게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는 새벽 1시에 잤다가, 하루는 저녁 9시에 잤다가, 또 다른 날에는 12시에 잤다가.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지면 생체 리듬은 당연히 깨질 수밖에 없다. 너무나도 자유분방한 자율성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체 리듬이라는 게 한 번 깨져버리면 다시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 졸리고 더 무기력해진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도 아닌데 우리 몸을 ‘시차적응’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일찍 일어나기 어렵다.
저녁 10시 전에, 그것도 ‘매일’ 반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세웠다. 새벽 다섯 시로 스마트폰 알람도 맞췄다. 이 모든 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21시 45분 침대에 누워 눈을 감으며 상상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나의 모습을. 그리고 칭찬해줬다.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한 내 자신을. 이제 상상이 현실로 변할 일만 남았다.
이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왜 일까? 내 경험에 미루어보면 ‘5분만’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새벽 다섯 시에 울리는 알람을 끄며 머릿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오케이, 오늘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기 성공이네. 일단 알람 꺼놓고 5분 정도 오늘 할 일을 생각한 다음에 일어나보자.” 5분 정도 생각한 다음에 일어나서 시계를 보면 6시 30분이다. 내 머리로 생각한 시간은 5분이었지만 현실의 시계는 90분이 흘러가버린 것이다. 5분이 90분으로 변하는 믿기 힘든 마법을 부려버린 것이다.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인터넷 명언처럼 알람을 끄고 다시 자는 실수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제일 많이 해봤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여기서 진짜 억울한 점은 이거다. 무시하고 꺼버린 게 아니라 일어나려고 했다는 것. 여유를 가진고 생각할 시간 5분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 그래서 더 분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이유는 ‘5분만’이라는 늑장으로 인해 알람을 다시 끄고 자기 때문이다. 수면전문가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알람이 울린 다음 5분에서 10분정도 더 잤다가 일어난다고 해서 피로가 회복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더 깊은 잠에 빠져들어 버릴 수 있다고 한다. ‘5분만’은 수면에 있어서 백해무익이다.
한 번 울린 알람을 ‘5분만’이라는 이유로 다시 끄고 자는 사람들은 당연히 일찍 일어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일찍 일어날 수밖에 없다. 내일 당장 유럽 여행을 떠나야 한다면 새벽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지 않을까? 당장 이번 주부터 진행시켜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아침이 기다려지지 않는 게 이상하다. 마땅히 일어나서 할 게 없다면 뇌가 내 몸에게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할 것도 없으면서 일찍 일어나서 뭐하려고 해? 그냥 좀 더 자.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줄 알아? 잘 수 있을 때 자둬야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뇌가 던지는 이 사탕발림에 넘어간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하는 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이불 밖으로 나올 수 있다. 아니, 나오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들이 이불 밖에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특별히 해야 할 거리, 해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일찍 일어나기 어렵다. 아니, 일찍 일어나기 싫다.
모든 사람들이 아침형 인간이 될 필요는 없다. 저녁형 인간이 몸에 더 잘 맞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지만 저녁형 인간들도 새벽 시간이 다른 사람들의 방해가 없고, 고요하며, 정신적,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가장 충만한 시간이라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아침형 인간이 되고 싶고, 일찍 일어나서 여유 있는 하루를 시작하고 싶다면 일찍 일어나는 게 힘든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원인을 알아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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