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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i May 21. 2020

의지 약한 나, 뭐가 문제일까?

近朱者赤, 近墨者黑
(근주자적, 근묵자흑) 



붉은 것을 가까이 하면 붉어지고,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



孟母三遷之敎
(맹모삼천지교)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한 것을 일컫는 말.     


Photo by Adrien Ledoux on Unsplash


근주자적, 근묵자흑, 맹모삼천지교. 세 단어 모두 비교적 흔하게 사용되고 있는 말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간에게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는 말이다. 물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군이 좋다고 하는 곳이나 자신이 선망하는 곳으로 이사를 간다. 열심히 공부하는 스터디 팀에 포함되고 싶어 한다. 운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한다. 


그렇다면 ‘근주자적’이라는 아이디어를 내 삶의 다른 분야에도 적용해 볼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성장에 관심있는 사람들 속에 나를 던지는 것이다. 또는 내가 주인이 되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래 "너!"




   

사람의 행동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사람의 행동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라는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을 조금 더 분석적으로 연구한 학자가 있다. 독일 출신의 심리학자 쿠르트 레빈(Kurt Zadek Lewin, 1890∼1947)이다. 그가 등장하기 전, 심리학계에는 행동주의 이론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행동주의에서는 자극과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한 번 들어보겠다.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뜨는 반응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떤 자극을 줘야할까? 다섯 시에 맞춰 알람 소리를 들려주는 것, 누군가가 나를 깨워주는 것, 냉수를 뿌려 잠을 깨게 만드는 것. 이 세 가지 자극을 통해 다섯 시에 눈을 뜨는 반응이 나왔다면 이 자극을 반복하는 것이다. 반응을 유발하는 자극을 반복하다보면 이게 하나의 행동이자 습관으로 변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이 가진 기본적인 입장이었다.     

Pavlov experiments with dog


이 방법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검증된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원하던 반응을 유발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알람 소리를 충분히 들려줬는데도 무시하고 잔다던지, 잠깐 손을 뻗어 알람을 끄고 잔다던지 하는 경우는 없을까? 나를 깨워줄 자극들이 없어져 버려도 나는 같은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까? 알람을 맞추지 않았거나, 매일 아침 깨워주던 가족이 사려져버린다고 하면 같은 시간 일어나게 되는 날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자극만으로 인간의 모든 행동을 유발하기는 어렵다. 인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한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부분들에 대해 타당성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행동주의 심리학으로 설명해내지 못하는 부분들을 채워주기 위해 사회 심리학과 인지주의 심리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 그럼 쿠르트 레빈에 대한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는 사회 심리학계에서 위대한 학자로 손꼽힌다. 그가 거장으로 추앙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심에는 장이론(field theory)이 있다. 장이론은 간단하게 말하면 인간의 행동을 그가 처해있는 환경과의 관계를 통해 밝히려는 이론이다. 쿠르트 레빈은 인간을 자극 받으면 그대로 반응하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았다. 인간이 하나의 행동을 하는 데에는 자극 이외에도 현재의 기분,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나를 둘러싼 주위의 환경이 어떤 지와 같은 요인들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마치 물리학처럼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쿠르트 레빈의 공식     

B(행동) = f{P(사람)·E(환경)}     


Photo by Ben Sweet on Unsplash



태어날 때부터 자기 주도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와 끈기를 가진 사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람들이 한두 명씩은 있다. 이 사람들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지 말고, 새벽 세 시에 일어나라고 말해도 습관으로 만들 사람들이다. 우리랑은 DNA가 다르다. 하지만 이건 쿠르트 레빈에 의하면 어디까지나 P(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다.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데에는 사람 이외의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무엇일까? 환경이다. 어떤 사람인지 만큼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지도 중요하다.

   





내가 속한 

환경을 바꿔보자.     



다음은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닝 러너”에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환경을 변화시켜 자기가 원하던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내용을 돈 버는 것에 적용해본다면 나쁘지 않은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대 대학생 A     


대학생 A에게는 매일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그날 올라온 웹툰을 10분 정도 보고자는 자기만의 의식이 있었다. 새롭게 업데이트 된 내용들을 모두 읽고 자야만 마음이 개운해지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것저것 보다 보면 10분을 넘기는 게 일쑤였다. 자연스럽게 취침 시간은 불규칙할 수밖에 없었다. 새벽 다섯 시에 규칙적으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자는 것,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는 스마트폰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수면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는 고민했다. 침대 위 웹툰이 나에게 주던 소소한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Photo by Shuvro Mojumder on Unsplash


결국 그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환경을 설계했다. ‘새벽 5시에 웹툰을 보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든 것이다. 자신이 원하던 웹툰은 그대로 보되 보는 시간만 바꿨다. ‘새벽 5시에 웹툰을 보는 사람들의 모임’의 단체 카톡방은 새벽 다섯 시부터 바쁘다. 새벽 사이 업데이트된 웹툰에 대한 정보들이 활발하게 공유된다. 저녁 아홉시 경에는 밤 동안 웹툰을 보지 않겠다는 다짐의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여기에 더불어 A는 혹시나 마음이 약해져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게 될까봐 ‘침실에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가지 않는다.’라는 자기와의 약속을 정했다. 두 가지 환경을 주체적으로 설정함으로써 그녀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잠들 수 있었고 고품질의 수면도 얻게 되었다. 대학생 A는 이 모임 덕분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다섯 시부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30대 육아대디 B


육아대디 B는 프리랜서였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보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에 몸이 배어있었다. 네 살배기 아들과 세 살배기 딸은 보통 아홉시에 잤는데 그때 아이들을 재우고 난 뒤, 본인은 새벽 4시를 훌쩍 넘겨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곤 열두 시 정도에 일어나는 삶을 반복했다. 


그러던 중 B에게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하나의 전제 조건 때문에 선뜻 수락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그 조건은 바로 이거였다. “매일 아침 아홉시에 진행되는 직원 미팅에 참여해야함.”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일곱 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새벽 서너 시에 잠 들던 사람에게 아침 일곱 시 기상은 엄청난 난제다. 그렇다고 좋은 기회를 포기해버리고 싶진 않았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결국 그는 결정을 내렸다. 모든 가족이 아홉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8시가 되면 설거지와 빨래를 모두 마치고 온 집안의 불을 끄고 잘 준비에 들어갔다. 한 시간 전부터 잠을 자기 위한 준비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잔잔한 음악이나 오르골 자장가를 아이들과 함께 들었다. 목소리 볼륨도 낮춰 집안 분위기를 차분하게 만들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환경 요인들을 수면이라는 행동에 최적화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나를 둘러싼 우리 가족들도 그 시간에 자도록 환경을 설계했다. 저녁 9시가 가까워져 가는데도 불이 꺼지지 않으면 아이들이 “이제 잘 시간이에요.”라고 말하며 불을 껐다고 한다. 30대 육아대디 B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린이’를 곁에 둔 덕분에 매일 아홉시에 잠드는 것을 몸에 익혔고,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도 여전히 새벽 다섯 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는데 실패했던 사람들 중에는 자기 자신을 탓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가 게을러서 그런 거죠.”, “제가 아침잠이 많은 스타일인가 봐요.”, “제 의지가 부족해서 실패한 거죠.”, “제가 원래 어렸을 때부터 끈기가 부족했어요.” 천주교에서 미사 볼 때 가슴을 손으로 치며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실패의 원인이 오롯이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쿠르트 레빈의 ‘B(행동) = f{P(사람)·E(환경)}’이라는 공식에 따르면 어떤 행동의 원인은 그 사람 자체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어떤 환경에 처해있는가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행동은 이 두 가지가 상호작용함으로써 만들어진다. 


Photo by Bluehouse Skis on Unsplash


다른 모든 행동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행동이 있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마땅한 방법을 찾고 있지 못하다면 그 원인을 내가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과 환경에서 찾아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이건 상황이나 환경을 탓하라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행동을 만들어 내기 위해 내가 속해 있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을 바꿔보자는 말이다. 대학생 A와 육아대디 B가 했던 것처럼.      


기억하자. 사람들의 행동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Reference

웬디우드, 『해빗』, 다산북스, 2019,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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