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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ado Jun 26. 2019

[보드게임] Heaven & Ale

최고의 맥주를 위하여!

맥주 좋아하시나요? 금요일 저녁에 일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마시기도 하고, 축구나 야구 경기를 보면서 먹기도 하고, 때로는 집에서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 놓고 마시기도 하지요. 개인적으로는 대학생 시절 한강에 피크닉을 가서 돗자리도 없이 박스를 찢어 깔고 맥주를 마셨던 즐거운 추억이 있기도 합니다. 술 중에서는 거의 가장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종류이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즐겨 드시리라 생각됩니다. 갑자기 웬 맥주 이야기냐고요? 이번에 소개할 보드게임이 맥주를 만드는 게임, ‘Heaven & Ale(천국과 맥주)’이기 때문입니다.


맥주의 역사에 있어서 수도원은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장소입니다. 이 관계의 시작은 중세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세 유럽의 황제들은 기독교를 포교하기 위해 제국 내 곳곳에 신하들을 파견해 수도원을 설치했습니다. 이 수도원들은 표면적으로는 포교의 역할도 했지만, 황제의 신하를 수도원장으로 파견했기 때문에 단순한 종교 기구가 아닌 통치 기구의 역할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설치된 수도원들은 제각기 주조를 했습니다. 다만 수도원들이 설치된 원래 게르만족이 살던 지역에서는 포도가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당시 고급 주류였던 와인은 만들지 못하고, 대신 맥주를 만들게 됩니다. 생산한 맥주는 영양 보충의 수단이면서 각종 행사에 대접하는 음식으로 사용되었고 양조 산업은 이러한 수도원들을 중심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제 수도원장이 되어 맥주를 생산할 것입니다. 맥주를 만들려면 여러 가지 것들이 필요합니다. 물, 보리, 이스트, 홉 같은 맥주의 재료도 필요하고, 불을 땔 목재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재료들을 관리할 수도사도 필요하며, 무엇보다 좋은 품질의 맥주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겠습니다. 재료나 인력은 중앙의 공용 보드에서 구입해올 수 있고, 기술은 사온 타일을 수도원에 배치하는 과정에서 개량할 수 있습니다. 

공용 보드는 여러 개의 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칸에는 개인 보드로 구입해 가져 갈 수 있는 재료 타일이나, 수도사 타일이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 미션을 달성할 수 있는 ‘드럼통’ 칸이 있고, 또 뒤에 언급될 보라색 토큰이 있는 칸도 있습니다. ‘천국과 맥주’는 아주 단순히 요약하면 타일을 사 와서 개인판에 놓는 퍼즐 게임입니다. 그러나 그냥 퍼즐은 아니고 ‘애니팡’이나 ‘캔디 크러쉬’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타일들을 구입해와서 배치하고, 스위치를 누르면 그 스위치를 중심으로 콤보가 터집니다. 이 스위치 중 하나는 헛간입니다. 수도원을 살펴보면 중간중간 빈 공터가 그려져 있습니다. 이곳을 타일로 둘러싸면 헛간이 설치되는데요, 헛간 주변 타일들의 가치에 따라 자원과 돈을 받고,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스위치는 앞서 말한 공용 보드판의 보라색 토큰입니다. 이 보라색 토큰을 가져오면 개인 보드 위의 한 종류의 재료 타일들을 모두 활성화시킨다던 지, 한 종류의 수도승을 모두 활성화시키는 등의 연쇄작용을 일으킵니다. 

이 게임의 가장 큰 재미는 자원과 돈을 균형 있게 얻으려 고민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개인 판을 보면 반은 밝은 색, 반은 어두운 색으로 되어있습니다. 밝은 면에 타일을 두고 활성화하면 그 타일의 숫자만큼 자원을 받을 수 있고, 어두운 면에서 활성화된다면 그만큼 돈을 줍니다. 특이한 점은 밝은 땅에 타일을 배치하는 데에는 어두운 땅에 배치할 때보다 비용이 두 배가 들기 때문에, 자원을 넉넉하게 얻기가 몹시 어렵고 그만큼 돈도 매우 부족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타일을 배치하면서 돈을 얻을 것인지 자원을 얻을 것인지 계산을 해가면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아주 현실적 이게도, 맥주는 여러 가지의 재료들 중에 가장 적게 준비된 재료만큼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모든 재료가 넘쳐흘러도, 물이 없다면 맥주를 만들 수 없겠습니다. 어느 자원도 빼놓지 않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막막함을 느낄 수 있지만, 그만큼 맞아떨어지게 수도원을 운영해냈을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지금은 ‘천국과 맥주’가 정말 멋진 게임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 게임만큼 첫인상이 안 좋았던 게임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게임을 하는 내내 다른 것보다는 맥주를 만들어 내기가 정말 어렵다는 느낌만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맥주를 만드는 테마를 갖고 있지만 주조 과정 같은 세부적인 것들이 게임 내에 이식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테마성이 짙은 것도 아니었고요. 현재도 이 게임이 초보자들을 위한 게임으로 적절하다 생각지는 않습니다. 한다고 하더라도 유경험자의 가이드가 많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런 단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국과 맥주’가 좋은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게임이 전형적인 ‘규칙의 기본 줄기는 쉽돼 운영에서 난이도가 있는 유형의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 요령이 잡히면 그다음부터 계획을 짜는 맛이 살아나는 게임이지요. 제 경우에도 신기하게도 딱 한번 참고 두 번째 플레이할 때부터 정말 좋은 게임이라는 인상으로 급 반전하였습니다. 아마도 보드게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고 싶은 분들, 이 글을 찾아서 읽을 정도의 의욕을 가진 분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게임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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