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체 운영은 중요하지만 그 것 만큼 중요한 것은 너무나 많다
매체 운영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마케팅을 하다 보면 쉽게 간과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광고 운영에 관한 지표들이 매체 외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타겟팅과 소재를 동일하게 설정해 두더라도 광고비가 순식간에 소진된다거나, CPC가 낮아지거나 높아지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시장 트렌드이다.
보통은 광고비가 더 빠르게 소진되거나, 예산 상한선을 걸어놓고 운영했음에도 상한선을 훨씬 초과하거나, CPC의 변동폭이 갑자기 크게 변한다거나 하면 매체의 오디언스에 변화가 일어나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이렇게 생각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이유는, 어짜피 취할 수 있는 액션이 타겟팅 축소, CPC 변경, 혹은 예산 상한선을 조금 더 타이트 하게 설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체 외적인 요소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경우에, 문제는 눈에 잘 띄는 방식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특히 실시간으로 매체를 모니터링 하지 않는 인하우스 마케팅 담당자라면 현재 마케팅 컨디션이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게 된다. 매체 외적인 요소가 원인인데 매체 내에서 어떤 액션을 아무리 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상황을 하나 가정해 보자. A회사는 장난감 회사로 주로 미취학 아동들을 위한 장난감을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주요 상품 중 "액체 괴물"이 있었는데, 트렌드에 잘 맞아 떨어져서 매출이 많이 상승하였고 확대 운영을 위해 공격적으로 매체에 예산을 태우고 있다. 특히 검색광고에서의 효율이 좋아 검색광고의 비중을 높였다.
A회사의 온라인 마케팅 담당자 ㄱ씨는 출근해서 한번, 오후 2시에 한번, 퇴근 전에 한번 전체 예산 사용 현황을 체크하고 있으며, GA를 통해 유입 추이가 어떤지 파악하고 있다. 매체 운영만 전담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마케팅과 관련된 다른 업무들을 처리하느라 실시간 모니터링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행이 퍼포먼스 마케팅 운영 업무는 대행사에 이관하여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 전반을 파악하며 다른 마케팅 업무를 하는 것이 그리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 인가 매체 전반에 대한 반응도에는 별 변화가 없는데, 매출이 어느날은 발생하고 어느 날은 평소에 비해 매출이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오히려 CTR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검색광고의 반응이 좋아져서 유입도 많이 늘었다. 랜딩페이지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랜딩페이지에 변화를 주기도 했고, 대행사를 통해 검색광고의 T&D를 변경해가며 테스트를 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네이버 실검에 "액체 괴물"이 스팟성으로 등장하여 짧은 시간 동안 예산을 빠르게 소진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 트렌드 상 액체 괴물 카테고리가 핫하게 올라왔고, 각 회사가 액체 괴물을 전략적으로 밀거나, 온라인 커머스 사에서 액체 괴물 이벤트를 진행할 때 가능한 상황이다. 실시간으로 검색 플랫폼을 모니터링 하지 않는 경우 쉽게 놓칠 수 있는 부분이다.
어떤 대행사든 퍼포먼스 마케팅 운영 업무를 대행해 주는 경우에 "1팀 1광고주"로 운영하지 않는다. 1팀에서 보통 3개 이상의 광고주를 맡게 되며, 그 안에서도 예산 투입 수준에 따라 운영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팀에서 내야 하는 최소 매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 1팀이 5개 이상의 광고주를 맡게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광고주의 광고비와는 별개로, 1달에 5천만원을 쓰는 광고주나 2억을 쓰는 광고주나 동일한 광고 퀄리티를 위한 관리에 들어가는 공수는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대행사 입장에서는 예산이 큰 광고주에 우선순위를 두게 되니, 월 2억 미만을 집행하는 광고주의 경우에 "이 대행사가 왜 이렇게 빈틈이 많지?" 라는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모니터링 여력이 없는 인하우스 마케터도,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어놓은 대행사 입장에서도 놓치게 된다.
반드시 실시간 검색에 올라가서 발생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업무 영역의 빈 공간이 발생하고, 그곳에 매체 운영상의 문제가 아닌 매체 외적인 문제가 들어올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로 볼 수 있다.
만약 징검다리 휴일이 있었을 경우, 연휴기간 앞 뒤로 대부분의 광고주들이 CPC를 낮추거나, 예산을 낮추는 등 축소 운영을 진행하였을 것이다. 이 경우 사전에 이런 정보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상대적으로 고CPC로 광고를 운영하게 되고, 예상했던 것 보다 빠른 시간 내에 일 예산을 소진하게 된다.
평소 하루 내내 고르게 가망 고객들이 유입되고 있었다면, 단 시간내에 집중적으로 광고가 노출 되는 것이 매출감소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실제 데이터의 일부이다.
위 그래프에서 붉은 박스로 표시한 부분이 징검다리 연휴 기간 동안 CPC를 낮춰서 운영 했음에도, 그 기간 동안 아예 운영을 중지하거나, CPC를 더 낮게 조정하거나, 예산 상한선을 낮춰서 축소운영 하는 회사들의 수가 늘었기 때문에 유입자가 늘어난 기간이다. 당연하게도, 해당 기간 동안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의지가 감소하기 때문에 유입자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은 줄어 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타겟팅이나 CPC의 증감 여부만으로 판단하게 되면 대체 왜 유입이 늘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또한 유입이 늘었는데 수익이 줄었다고 판단하게 되면, 엄한 소재 탓을 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후킹이 강한 소재로 끌어와 놓고 전환은 안되는 것이 아니냐 라던가, 유입은 끌어 왔으니 이제 상세페이지를 개선해서 전환을 높여야 한다던가 하는 헛발질이 나올 수 있다.
사실 위 데이터만 놓고 본다면, 징검다리 연휴 직전 유입과 매출이 모두 좋아지는 추세였고, 연휴 기간 동안 구매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줄어든 상황에서 상대적인 고CPC의 영향으로 유입이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광고와 상세페이지 자체의 컨디션은 회복되는 추세라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앞 문단과 같은 판단을 통해 광고나 상세페이지를 건드린다면? 오히려 개선되던 추세가 꺾여 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온라인 마케팅만을 다루다 보면 "미디어 믹스"를 자연스럽게 "마케팅 믹스"로 여기게 된다. 매체의 어트리뷰션을 파악하고, 기여에 맞게 그리고 운영 노하우를 한껏 발휘하여 미디어 믹스를 짜서 운영하는 것이 온라인 마케팅의 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사실 요즘과 같은 환경에서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매체 또한 크게 봤을 때는 온라인 환경에 속하고, 온라인 환경은 더 큰 범주에서 시장에 속한다. 매체 운영의 사고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전략의 관점에서 매체 운영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매체 운영은 테크니컬 한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 이에 익숙해 지는 것이 탁월함을 닦는 첫 번째 요소인 것은 맞다. 문제는 운영 상의 탁월함, 즉 테크닉 상의 탁월함을 비즈니스의 성공으로 어떻게 연결시키느냐 일 것이다. 때문에 매체 만큼 이나 중요한 매체 외적 요소가 온라인 마케팅의 영역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