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습? 아닙니다
자기주도학습은 이제 일반 명사가 되었다. 10년 전만 해도 자기주도학습이 무엇인지 하나부터 꼼꼼히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이제는 웬만큼 자기주도학습의 정의를 안다. 그런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어설프게 아는 게 오히려 독이 될 때도 있다.
자기주도학습은 자습?
자기주도학습의 가장 큰 오해 상대는 자습이다. 자습은 말 그대로 혼자 공부를 하는 것이다. 자기주도학습과 자습의 구분은 집합의 관계로 이해하면 쉽다. 한 반에 30명이 야간 자율 학습을 한다면, 자기주도학습을 제대로 하는 학생은 몇 명에 불과하다. 경험상 5명도 되지 않는다. 자기주도학습은 자습의 부분집합인 셈이다.
자기주도학습의 조건
자기주도학습은 영어로 Self-directed learning으로 <스스로 주도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이 주도적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 주도적이야 하는가?
자기주도학습은 몇 가지 필수 요소가 있다. 나는 강연에서 마방실이라고 해서 마음-방법-실천의 3단계로 설명하기도 하고, 자기주도학습 국내 1위 교육기관인 에듀플렉스는 목표-계획-실천-자기반성의 4단계로 설명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요즘 목표가 없는 학생은 드물다. 점수가 되었든, 등수가 되었든 목표는 모두들 있다. 그런데, 2단계인 계획부터 막히기 시작한다. 수학 90점이 목표인데, 수학 90점을 받는 계획은 스스로 세우지 못하는 것이다. 목표를 달성해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목표를 달성해 본 적은 있다고 말을 한다. 어떻게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공부를 했더니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을 한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학생이 드물다
자기주도학습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계획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계획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지식과 기준이 필요하다. 우선은 교재, 인강, 학원, 과외 등 다양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최적의 학습 도구가 무엇인지 알고 있어야 공부를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시간을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매우 중요하다. 하루에 몇 시간을 공부할 것인지, 일주일 동안 확보된 시간 중에서 국영수사과에 시간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지, 목표 점수를 받기 위해 어떤 교재를 사용할 것이며, 몇 회독을 할 것인지, 1 회독에는 며칠을 투자하고 2 회독 때는 며칠을 투자할 것인지, 1 회독 때는 굵은 글씨 위주로 보고 2 회독부터 본격적으로 암기할 것인지, 2 회독 때 문제집을 가볍게 풀어보고 오답을 추출한 다음에 3 회독부터는 오답 위주로 공부할 것인지 등 계획 파트에서 어떻게 전략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시험의 승패는 좌우된다.
목표를 달성시켜 줄 계획만 제대로 세울 수 있다면, 자기주도학습은 50% 이상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목표를 달성시켜 줄 계획이기 때문에 이 계획대로 100% 실천만 하면 목표는 자동 달성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실천하는 학생이 드물다는 것이다.
계획이 먼저냐 실천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처럼 계획이 먼저냐 실천이 먼저냐의 문제가 있다. 집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올라 고민인 학생이 있다. 학습 계획이 엉망인 것이다. 학습매니저가 아무리 뛰어난 학습 계획을 세워져도 학생이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경우가 있다. 엉덩이 힘이 없는 것이다.
학생의 공부 의지가 약할 경우, 매일 꾸준히 앉아서 공부할 수 있는 힘, 엉덩이 힘을 우선 길러야 한다. 평소에 공부를 안 하다가 마음먹고 공부하겠다는 학생은 작심삼일인 경우가 많다.
계획과 실천 중 뭐가 더 우선이냐고 묻는다면, 실천하는 힘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완벽한 계획이 아니더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는 엉덩이 힘이 먼저 만들어졌을 때, 계획도 빛이 난다.
마지막은 자기반성
공부 의지도 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계획도 잘 짰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자기점검, 자기반성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 메타인지를 키워야 한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의 기준은 무엇인가? 계획을 잘 짰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전문가인 학습매니저의 눈으로 볼 때는 부족하거나 어설픈 부분이 보인다. 그런데, 학생은 인지를 못하고 있다.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잘 한다고만 생각할 때, 우리는 성적 정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 슬럼프를 맞이할 수 있다. 그럴 때일수록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필요하다. 온전히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을 때, 한결 수월하게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옛 말에 물고기를 잡아 줄 것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고 했다. 진정한 스승이라면,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물고기 잡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고 익히게 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을 전수하는 거라 생각한다.
셀 위 자기주도학습? :-)
♡♡♡
글쓴이 윤태황은 <공부 사춘기>, <잠들어 있는 공부 능력을 깨워라>, <고3 수능 100점 올리기>의 저자이며, 에듀플렉스 교육개발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코치협회 평생회원이다. 유웨이중앙교육 입시컨설턴트, 공덕초등학교 운영위원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