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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Apr 12. 2018

죽을뻔한 이야기

Here & Now

어제 죽을 뻔했다.

죽음을 직면할 때는 그 순간이 찰나인데도 시간이 길어지고 여러 컷의 기억이 남는다.


퇴근길, 교차로에서 빨간불을 확인하고 멀찌감치 서행을 하며 정지선으로 다가가는데, 반대편 차선에서 차 한 대가 갑가지 나타나더니 나를 향해 직진했다. 오른쪽으로 급히 핸들을 틀었고 천만다행으로 옆 차선에는 차가 없었다.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니 그 차량은 자신의 중앙선 침범을 인지한 듯, 정상 차선으로 돌아갔다.




# 어릴 때 계곡에 놀러 갔다가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었다.


몇십 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그 기억은 생생한데, 큰 바위 위에서 점프하여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뛰어들기를 주저했으나, 형들이 괜찮다고, 살려주겠다고 뛰어들라고 해서 진짜 뛰어들었는데...


수심은 내 키보다 깊었고, 물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개헤엄 치며 살아 나가고 싶었으나 소용이 없었다. 물속에서 허우적 되는 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속에서 물을 먹으며 이제 저 세상으로 가는구나 생각했다.


큰형이 나를 건져 올렸고, 그날 이후로 나는 여전히 수영을 못한다. 몇 달 수영을 배웠으나 귀에 물이 들어가 중이염을 심하게 앓으면서 수영과는 영원히 작별했다.


# 어제 블랙박스를 돌려보고 싶었으나,


블랙박스가 고장 나서 어제 장면을 담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머리 속에 몇 장의 사진이 남아 있다. 그 차는 검은색이었고 소나타로 보였으며 초록색 번호판이었다. 운전석에는 안경 쓴 남자가, 조수석에는 여자가 타 있었다. 중년 부부의 느낌이었다.


# 메타인지적으로 나를 관찰해 보니,


나는 오른쪽으로 차를 틀긴 틀었으되 우측 차량에 영향을 주지 않거나 조금의 피해를 주고자 틀고는 이내 정위치로 바꾸었고, 왼손은 그 바쁜 와중에 상향등을 켰다. 클락숀보다 상향등이 상대방 차량에게 경고를 더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아마 그 상황은 1초 정도 되었을 거라 생각한다.




1초가 지나고 멍하니 있다가 뒤쪽에 줄 서 있는 차량들을 확인하고 정지선으로 차를 옮겼다. 그리곤 차량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고 집으로 왔다.


몸은 기억할 것이다. 이 경험이 진짜 죽을 뻔한 찰나였는지, 가짜로 죽을 뻔한 찰나였는지. 계곡의 기억처럼 몇 년이 지나고도 몸은 기억하는지 알아봐야겠다.


바쁜 와중에
'우연한 경험'은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무엇이 진짜 인생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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